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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AVAS 개발기]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전기차의 목소리, AVAS

골목을 걷다 보면 ‘우웅-‘하고 낮게 울리는 전기차의 엔진 소리를 종종 듣곤 합니다. 이 소리는 실제 엔진 소리가 아닌 스피커에서 출력되는 가상의 엔진 소리인데요. ‘엔진 소리는 작게 나면 좋은 거 아닌가? 왜 일부러 엔진 소리를 내지?’라는 궁금증을 가진 분들은 여기를 주목해주세요.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을 만드는 HL클레무브 Platform RnD Center의 New Product 1팀의 이근우(이하 근우) 책임연구원과 한민수(이하 민수) 책임연구원을 만나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또 HL클레무브는 어떤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내가 여기에 있어요!” 전기차의 입, AVAS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Acoustic Vehicle Alerting System, 이하 AVAS)는 전기차와 같은 저소음 차량이 늘어나면서 도입되었는데요. 운행 소음이 작은 저소음 자동차의 접근 여부를 보행자가 알아채지 못해 사고가 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내연기관 차량이 엔진 소리를 줄이기 위해 힘쓰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부분이기도 한데요. 우리나라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저소음자동차에 경고음 발생장치를 장착하도록 법제화했습니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53조의3(저소음자동차 경고음발생장치) 하이브리드자동차, 전기자동차, 연료전지자동차 등 동력발생장치가 전동기인 자동차(이하 “저소음자동차”라 한다)에는 기준에 따른 경고음발생장치를 설치하여야 한다.

HL클레무브는 AVAS장착 의무화에 대한 법규 제정을 앞둔 시점에서 본격적인 AVAS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HL클레무브의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은 1세대 제품 개발 이후 현재에 이르러 3.5세대 개발 및 양산까지 진행중인데요. 시스템 엔지니어링, SW 프로그래밍 및 개발, HW설계 등 AVAS 개발에 필요한 모든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R&D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HL클레무브는 AVAS 1세대 제품을 MAN, SCANIA, MFTBC 등에 납품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아이오닉5를 비롯한 HKMC(현대/기아)의 23개 차종에 AVAS 공급 계약을 맺고 양산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공급 계약을 맺으며 AVAS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오는 2026년도에는 약 3백만대 이상의 수량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규와 고객의 요구를 만족하는 AVAS를 찾아서

AVAS는 법이 정한 기준에 맞는 성능을 내는 것이 중요한데요. 경고음이 출력되는 상황부터 경고음의 크기, 속도변화에 따른 경고음 변화 등 준수해야 할 기준이 많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최소한 20㎞/h 이하의 주행상태에서는 경고음을 내야 하고, 160㎐~5㎑ 범위 내의 주파수 범위를 준수해야 합니다.

HL클레무브는 저소음 차량이 법규를 만족할 수 있도록 AVAS에 차량의 속도와 기어 정보를 통해 가상 사운드의 크기 및 주파수를 조정하고, 사운드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운드를 출력하고 튜닝하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고객사로부터 전달받은 사운드 소스를 제품에 적용했을 때 법규를 만족할 수 있도록 무향실에서 법규 테스트를 진행, 사운드 튜닝 툴을 이용해 법규 만족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무향실에서의 AVAS 법규 테스트 진행 모습

HL클레무브가 AVAS를 설계함에 있어 중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사운드의 기능과 품질입니다. 가상 엔진 사운드는 차량 근처를 지나는 사람이 직접 듣는 부분이기 때문에 엔진음이 출력될 때 노이즈나 이상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운드 알고리즘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AVAS 개발 초반에는 제한된 리소스에서 사운드 알고리즘을 이상 없이 동작하도록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최적화에 집중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었기 때문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사운드 요구사항도 다양하게 변했기 때문에 개별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춰 개발하는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HL클레무브는 1세대 AVAS 개발부터 3.5세대 개발 및 양산에 이른 지금까지 많은 과정을 거쳤는데요. 1세대 AVAS 개발 당시에는 어떻게 소리를 내고 어떤 기능을 넣어야 고객의 요구에 맞는 AVAS를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하며 HL클레무브만의 AVAS 제품의 컨셉을 잡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품질의 사운드를 위해 사운드 전문 기업과 협업을 진행, ‘골든 이어’라 불리는 전문가와 함께 사운드 이상 여부를 판단하고 대역별 사운드를 체크하는 작업을 면밀하게 진행했습니다.

이후 2세대 제품부터는 내재화된 사운드 알고리즘을 적용했는데요. 2세대 AVAS에서는 가상 엔진음에서 요구되는 주파수 변조와 볼륨 제어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AVAS 3세대 이후부터는 기존 알고리즘의 개선과 다중 사운드를 제어하여 구현하는 믹싱(Mixing) 및 EQ filter 기능을 알고리즘에 추가하는 등 시스템의 기능 개선, 지원 프로그램 개발과 같은 고도화 단계를 거쳤습니다.

AVAS 3.5세대부터는 사이버 시큐리티 대응을 위한 HSM 요구사항을 적용했으며, OTA 대응 시 기존 소프트웨어 백업을 위한 백업 메모리 요구사항을 추가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각 사운드별로 모든 파라미터의 개별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하여 사운드 튜닝의 자유도를 높였습니다. 현재는 A-SPICE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발을 거듭하며 3.5세대에 이른 HL클레무브의 AVAS, 어떤 점이 다를까요? 우선 보행자가 차량을 인식할 수 있도록 경고음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할 수 있는 맞춤형 사운드 알고리즘을 적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주파수 변조(pitch-shift), 볼륨 제어(gain control), 다중 사운드 제어(mixing) 등의 기능들을 구현했으며, 각 기능들은 모듈화 되어 고객 요구 사항에 맞게 맞춤형 사운드 알고리즘을 제공합니다.

또한 가속 페달 및 모터 토크 정보 등 차량의 다양한 주행 정보를 조합해 차량 주행 상태에 맞게 사운드를 출력하는 ‘다이내믹 사운드’도 적용했는데요. 예를 들어 단순히 속력이 증가함에 따라 사운드가 일률적으로 변경되는 것이 아닌 가속 페달 및 브레이크를 밟는 정도에 따라 사운드가 변하게 해 차량의 주행 상태에 따라 더 다양한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AVAS를 개발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근우: 가끔 제어 오류가 나면 스피커에서 소리가 크게 튈 때가 있어요. 소리를 유심히 듣기 위해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댄 상태에서 오류가 나면 이명이 들릴 정도로 아플 때도 있어 늘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민수: 원하는 사운드를 정확하게 출력할 수 있게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 늘 고민입니다. 특히 AVAS 1세대를 개발할 때 사운드 구현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서 원하는 사운드가 출력되지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요. 앰프 구동을 위해 AMP 소자 업체와 많은 부분 세미나를 거치며 기술 협력을 거치며 I2S/I2C 등 사운드 입력 및 동작 제어 부분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AVAS, 더 많은 말을 하게 될까?

AVAS는 기본적으로 스피커를 통해 차량 외부로 사운드를 출력하는 ‘자동차의 입’입니다. HL클레무브는 AVAS를 통해 차량 주변을 지나는 보행자뿐 아니라 차량 외부로 나간 운전자에게도 차량의 상태를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했는데요. 바로 차량의 충전 플러그를 결착하거나 해제할 때 별도의 사운드를 출력해 충전 상태를 청각적으로 알리는 이벤트 사운드 출력 기능을 추가한 것입니다. HL클레무브는 통한 도난 방지 알림음, 도어 잠김/열림음, 충전 예약 알림음 등 다양한 사운드 알림에 대한 확장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면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기능 도입이나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법규에서 정한 기준 안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AVAS가 기본적으로 법규 충족을 위한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현재의 법규는 인증 받은 사운드에 대한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고음을 차주가 원하는 소리로 커스터마이징 하거나 임의로 볼륨을 제어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ADAS와 네비게이션을 AVAS와 연동하여 가상 엔진음을 제어하는 기능을 검토한 적이 있어요. 센서에서 감지된 보행자와의 거리 정보를 취득해 그 정보를 기반으로 가상 엔진음의 볼륨을 제어하거나, 스쿨존이나 도심지에서 보행자의 사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네비게이션으로부터 장소 정보를 전달받아 가상 엔진음의 볼륨을 제어하는 기능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법규 제약으로 인증 받은 사운드에 대한 변경은 금지되어 있어 실현하진 못했습니다. 결국 AVAS는 기본적으로 법규를 만족하기 위한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 흐름에 큰 변화가 생기려면 법규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AVAS에 대해 물어봐!

‘세상 모든 전기차에 HL클레무브의 AVAS를 다는 것’을 목표로 매일 업무에 임하고 있다는 HL클레무브 NP1팀. AVAS 업무를 전담하는 만큼 누구보다 AVAS에 대해 잘 아는 이들에게 궁금했던 점을 모아 물어보았습니다.

Q. 한 대의 차량에서 여러 경고음을 낼 수 있나요?

민수: 한 개의 AVAS가 여러 종류의 경고음을 낼 수는 있습니다. 다만 탑재된 모든 경고음이 법에서 지정한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Q. 나만의 ‘직업병’이 있다면?

근우, 민수: 저속으로 주행하는 전기차를 볼 때 경고음을 유심히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젠 소리를 들으면 어느 AVAS가 적용되었는지는 얼추 짚어낼 수 있어요.

Q. AVAS는 차 밖에서 소리를 내는 시스템인데, 고장이 나면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근우: AVAS의 경고음이 출력되지 않는 등 문제가 생기면 차량 내부에 있는 운전자가 알 수 있도록 계기판 등에 경고 알림을 띄우고 있습니다.

Q. AVAS를 개발하려면 음악과 관련된 취미나 경험이 있어야 할까요?

근우: 저는 음악이나 악기에 관심도 없었고 소질도 없습니다(웃음). 예전에 악기를 배워볼까 했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금방 그만두었거든요. 그래도 AVAS 개발을 하면서 미세하게 튀는 소리나 경고음 소스의 첫음과 끝음이 다르면 그 지점은 곧잘 짚어내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것 같아요.

민수: 저도 딱히 음악이나 악기와 관련된 취미는 없습니다. 다만 요즘은 전기차의 사운드를 비교하면서 듣는 취미가 생겼어요. 사운드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도 미세한 차이를 예민하게 짚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좋겠죠?

지금까지 HL클레무브의 AVAS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HL클레무브는 더 나은 AVAS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관련 법규를 만족할 수 있는 선제적인 튜닝 대응과 제품 최적화, 고객 요구사항 충족을 위한 개발 대응을 이어 나가고 있는데요. AVAS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넘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날까지 HL클레무브의 여정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