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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요모조모] 자율주행차의 교통사고, 누가 책임지나요?

‘자율주행’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2~2.5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어 우리의 운전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하고 있죠. 우리는 이제 사람 운전자의 개입이 아예 없는 레벨4 이상의 완전자율주행을 바라보고 있는데요.

‘인간 운전자’의 개입이 점점 줄어드는 지금, 사고에 대한 책임과 보험제도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차량이 피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인간 탑승자가 ‘운전자’일 필요가 있을까요? 무인 차량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자율주행 사고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또 어떤 점을 생각해보아야 할 지 정리해보았습니다.

일상으로 다가온 자율주행

자율주행이 우리에 일상 속에 서서히 스미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지난달 17일부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자율주행기술을 탑재한 ‘판타G버스’의 시범운행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도 청계천 일대와 청와대 주변에서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중입니다. 아직은 안전을 위해 저속으로 운행하고, 긴급상황이나 일부 구간에서는 탑승한 안전관리자(운전자)가 운전에 개입해 완전자율주행이라고 볼 순 없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기술이 대중교통에까지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지금, 만약 자율주행차량이 교통사고를 일으키면 그 책임 소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지난 2018년 미국에서는 우버의 자율주행차량이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면서 자율주행차량 시범운행이 중단된 바 있고, 올해 초에도 테슬라 모델S가 소방차를 들이받아 운전자가 사망하면서 자율주행 보조 기능(오토파일럿)이 사고의 원인이 되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우버 자율주행차량 사망사고는 첫 자율주행차량 사망사고라는 점에서 많은 이목을 끌었는데요. 최근 미국 법원이 해당 자율주행차량에 탑승했던 운전자에게 유죄를 선고해 다시금 자율주행차량의 교통사고와 책임소재에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참고기사: 美 자율주행車 첫 사망사고 운전자에 유죄판결 | 동아일보

국내의 경우 올해 안에 부분적으로 운전자가 핸들을 놓을 수 있는 자율주행 레벨3가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사고책임과 보험처리에 대한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금융당국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29조2항'에 따른 레벨3 자율주행차 전용 보험 특약을 공개하며 보험사의 새로운 보험상품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자율주행차 사고, 보험 주요 쟁점은?

현재 상용화된 자율주행 2단계 이하의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 즉 인간 운전자가 운전의 주체이기 때문에 현행 제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에서 운전자 개입을 요청할 때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자율주행 레벨3단계와 위험상황에서 시스템이 대처할 수 있어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무인자율주행) 레벨4~5의 단계에서는 책임의 주체와 과실 비율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요. 사고 발생 당시 운전자의 개입 여부, 시스템 오류 여부 등 다양한 요건을 검토해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사고 책임을 부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토부에서도 지난해 5월 보도자료를 통해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기준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는데요. 개정안에서는 ▲자율주행 해제 방식 명확·구체화 운전전환요구 기준 개선 ▲비상운행 조건 명확화 ▲자율주행시스템 작동 알림 방식 개선 ▲자율주행 해제 시 영상장치의 자동종료 규정 내용을 담고 있어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보험제도의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연구원에서는 이러한 자율주행차 사고와 관련해 꾸준히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지난 6월 보험연구원 황현아 위원이 발표한 ‘자율주행차 보험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자율주행 레벨3 이상의 상용화를 앞두고 사고 발생 시 책임 부담과 보상기준 및 범위 결정 등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황 연구원은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법제 및 보험제도의 핵심 역할은 사고 피해자를 신속·적정하게 구제하고 자율주행차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때문에 사고 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과 실질적 피해보상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때문에 해당 보고서에서는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한 책임법제와 보험제도를 검토하는 기준으로 ▲책임 및 보상 공백 해소, ▲공평한 책임 배분, ▲합리적 보상기준 마련을 제시했습니다.

지금도 자동차 사고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바로 책임 여부인데요. 황 연구원은 자율주행차 사고에 있어 교통사고 당사자 간의 책임 분배와 자율주행 관련 당사자들 간의 책임 분배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운전자책임의 경우 운전자의 과실 여부에 따라 책임 성립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이에 따른 보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가해 차량이 자율주행차인지 ▲자율주행차인 경우 자율주행모드로 운행 중이었는지 ▲ 자율주행모드인 경우 운행조건을 충족했는지 ▲ 해킹이나 통신장애가 발생했는지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책임 성립 여부가 변하게 되면 책임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구상 근거법제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요.

이어 운전자책임 축소를 보완하기 위해 제작사 책임이 확대되어도 운전자책임을 완전히 대체할 정도에 이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책임 공백을 해소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운행자책임 적용대상을 대물사고까지 확대하는 방안, 자율주행차의 특성을 반영해 보상기준과 보험료를 산출하는 방안, 통신장애 중 발생한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해 통신서비스 제공자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습니다.

무인 자율주행차의 활성화 등으로 인한 새로운 책임 주체들과 해킹사고와 같은 새로운 사고 원인에 대한 보상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특히 제조사, 관제서비스 제공자, 도로 관리자, 통신사 등 자율주행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공평한 책임 배분을 위해서는 명확한 사고원인 규명이 필수적이고, 원인규명을 위한 전문기관 마련 등 방안을 확립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사고의 원인이 운전자의 부주의 때문인지, 아니면 자동차 자체의 결함인지, 해킹이나 통신장애 등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책임주체가 결정될 것이라 보았습니다.

정리하자면 우리는 앞으로 운전자, 제조사를 비롯한 여러 책임 주체들의 책임 비율을 산정할 수 있는 명확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합의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몇 대 몇, 당신의 생각은?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실제 사고상황에서 어떤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지 사고 상황별 주요 쟁점 사항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각 상황에서 누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자율주행 차량은 피할 수 없지만, 사람이 개입했을 때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면 자율주행차에 탑승한 인간 운전자에게도 책임이 있을까요? 또 자율주행의 판단과 사람의 판단이 서로 엇갈렸고, 각각의 상황에서 예상되는 사고 피해에 차이가 있으면 이 차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논의해야 할까요?

우리에게 남은 과제

지금까지 자율주행 레벨3 상용화를 앞두고 사고 상황에 대한 보험업계의 주요 쟁점을 살펴보았는데요. 그만큼 자율주행차의 안전과 사고에 대한 보상체계 마련은 상용화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운전자, 제조사 등 관련자의 책임비율과 보상기준 산정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겠죠.

현 시점에서는 아직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명확한 법률적 근거나 제도가 마련되어 있진 않은데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만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보상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해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운전자에게 주의 의무와 책임이 부여되어야 할 지, 차량 제조사가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었던 오류나 결함의 범위는 어디까지로 보아야 할 지 많은 고민과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유관기관들도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두고 법제를 정비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꾸준히 법령과 제도를 개편하고 있으며, 산하 부설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자동차안전연구원을 통해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조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신고·접수·조회부터 정보열람, 이의신청, 사고통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홈페이지의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역시 지난 2020년 9월, 업무용 차량에 대한 자율주행사고 보장 특약을 도입하면서 자율주행차 사고 보상에 대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는데요. 업계에서는 개인용 자율주행 보험 상품도 연내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무인운전도 가능한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에서 보상은 운전자 책임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지기 때문에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도 자율주행차의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에 앞서 생각해 볼 주제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트롤리 딜레마는 반드시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면 소수를 희생할 것인가, 다수를 희생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학 분야의 사고실험인데요. 자율주행중인 자동차가 사고를 피할 수 없을 때 소수와 다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지, 또는 보행자와 운전자 중 누구를 보호하는 것이 옳은 지, 또 그에 따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우리는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더 나아가 제조사가 자율주행 시스템을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있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길일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