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로에서 연두색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을 본 적 있으신가요? 흰색 번호판이 아닌 연두색의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은 8천만원 이상의 고가 법인차인데요. 올해(24년 1월)부터 고가 법인 업무용차에 대해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연두색 번호판을 단 실물 차량들이 도로를 누비고 있습니다.
이처럼 도로 위에는 흰 배경에 검은 글씨만 새겨진 번호판부터 태극문양이 들어간 반사필름 디자인 번호판, 하늘색, 연두색 등 다양한 번호판을 단 자동차들이 도로를 누비고 있는데요. 자동차의 번호판은 딱 한 대의 차량에만 부여되는 고유 번호로, 우리 국민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색상, 번호 구성 등에서 차량을 식별할 수 있게 했는데요. 같은 듯 다른 자동차 번호판,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추억 가득! 자동차 번호판 변천사
국내에 자동차가 처음 들어온 건 1903년 고종황제 즉위 40주년을 맞아 미국에서 들인 어차입니다. 이후 1914년 ‘오리이 자동차상회’라는 회사가 영업차 운영을 시작하며 자동차 번호판을 달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자동차 번호판의 큰 틀은 1973년 개정안부터 시작됐습니다.
녹색 바탕에 지역명과 일련번호를 부여하는 이 방식은 1980년대 이후 자동차 등록대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차종기호 표기법 변경 등 세세한 변경을 거치며 2003년까지 사용되었습니다. 이후 지역감정 해소 등을 이유로 서울, 경기, 충남 등 지역명을 삭제하고 숫자로 표기하는 안이 2004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해당 번호판은 이사를 하여도 자동차 주소 변경 등이 필요 없다는 편리함은 있었으나, 취지와는 달리 여전히 숫자로 지역이 구분될 뿐만 아니라 칠판과 같은 디자인이 차량의 미감을 해친다는 혹평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당시의 건설교통부가 자동차번호판 새 디자인을 공모했고, 2007년부터 유럽과 비슷한 1열식 자동차 번호판을 본격 도입한 뒤 지금까지 자동차번호판의 기본 형식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같은 듯 다른 자동차 번호판의 의미
자동차의 주민등록번호인 자동차 번호. 단순한 숫자와 문자의 조합인 것 같지만, 해당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담을 수 있도록 체계가 있습니다. 먼저 문자 앞에 오는 숫자는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등 차종을 나타냅니다. 이전까지는 2자리수를 사용했으나 등록 차량의 증가로 번호가 부족해지자 2021년 11월부터는 3자리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차량 종류별 숫자 기호 | |
01~69 / 100~699 | 승용차 |
70~79 / 700~799 | 승합차 |
89~97 | 화물차 |
980~997 | 특수차 |
998~999 | 긴급자동차(경찰차·소방차 등) |
중간의 문자는 차의 용도를 의미하는데요. 군용이나 외교용 차량을 제외하고는 모두 받침이 없는 한글로 이뤄져 있습니다. 문자에 받침이 생기면 단속 카메라 등의 인식률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간 문자는 크게 개인용, 비상업용으로 사용되는 32자와 사업용으로 사용되는 8자가 있는데요. 택시, 버스와 같은 일반사업용 차량에는 ‘아, 바, 사, 자’가, 택배 차량에는 ‘배’, 렌터카에는 ‘하, 허, 호’가 붙습니다. 오래전 불법 영업 택시 문제가 불거졌을 때, 가짜 택시를 구분하기 위해 ‘아빠사자’를 외우면 된다는 ‘팁’이 온라인 상에서 유행하기도 했죠.
차량 용도별 기호 | ||
비사업용 | 가~마 / 거~저 / 고~조 / 구~주 | |
사업용 | 택시, 버스 | 아, 바, 사, 자 |
택배 | 배 | |
렌터카 | 하, 허, 호 | |
외교용 | 외교, 영사, 준영, 준외, 국기, 대표, 협정 | |
군용 | 국, 합, 육, 해, 공 |
번호판의 색으로도 차량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이용하고 볼 수 있는 일반 승용/승합차는 흰색 번호판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택시나 버스 같은 영업용 차량은 노란색 번호판이, 건설기계나 중장비에는 주황색, 외교용 차량은 짙은 청색의 번호판이 사용됩니다. 정식 등록이 되지 않은 차량은 임시번호판이 부착되는데요. 임시번호판은 일반 번호판과 같은 흰색 배경에 검은 글자를 사용하지만, 적색 사선 두 줄과 허가 기간을 함께 표기합니다.
전기차,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차의 등장은 또 새로운 번호판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재 전기차와 수소차는 내연자동차와 구분되는 파란색 전용 번호판을 부착하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친환경차를 의미하는 픽토그램과 EV 표기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고가의 법인용 차량이 과도하게 사적으로 사용되거나 탈세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반 차량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연두색 번호판이 도입되었는데요. 연두색 번호판은 모든 신규 법인차량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차는 출고가, 중고차는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8천만원 이상의 고가 법인 차량에만 부착됩니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시행 5개월이 지난 지금, 연두색 번호판 도입 효과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연두색 번호판을 피하기 위해 제도 시행 직전에 고가의 법인차량 출고 및 등록대수가 증가하고, 연두색 번호판이 아닌 일반 번호판 부착을 위한 꼼수가 온라인 상에 공유되는 등 눈에 띄는 연두색 번호판이 수입 법인차의 사적 이용 행위를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서 발표한 3월 8천만원 이상의 수입 법인차등록 대수는 지난해 동기간 대비 약 31% 감소했으며, 수입차 시장에서 법인 구매 비중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취득가를 8천만원 이하로 낮춰 신고하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거나, 8천만원을 넘지 않는 프리미엄 수입차의 등록 대수가 늘어나는 등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어 논란입니다. 또한 연두색 번호판 부착 대상인 8천만원 이상의 수입 법인차 등록 대수도 규제가 시행된 1월 이후로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연두색 번호판 효과가 벌써 줄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책이 도입 취지에 맞게 정착될 수 있도록 꼼꼼한 모니터링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차량 번호판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단순한 숫자와 문자의 조합이 아니라 자동차를 구별할 수 있는 식별 체계가 있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자동차 번호판은 각 차량을 구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훼손하거나 가린 채 운행하면 법의 제재를 받습니다. 만약 문자 칠이 벗겨지거나 사고 등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번호판이 훼손되었다면 각 지역 차량 등록 사업소에서 번호판 교체를 신청할 수 있으니 꼭 깨끗한 번호판을 유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