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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From Junk to Art #5 김강은 편] 야호! 쓰레기 봤다! 산을 지키는 쓰레기 그림

산에 오를 때 두리번거리며 땅을 살피는 사람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산삼을 찾는 심마니, 그리고 쓰레기를 찾는 클린 하이커죠. 오늘 만나볼 From Junk to Art의 주인공은 바로 쓰레기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김강은 아티스트입니다. 산을 화실 삼아 자연을 그리고, 물감 대신 쓰레기를 쓰는 김강은 아티스트를 함께 만나보시죠.

 

집게 든 별난 산꾼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산을 사랑하는 사람, 녹색활동가 김강은입니다. 산에서 쓰레기 줍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실천하는 그룹 클린하이커스* 리더이기도 합니다.

Q. 산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산은 어린 시절 아빠 손에 억지로 이끌려 가던 애증의 존재였어요. 그런데 미대 졸업을 앞두고 자존감이 낮아진 시기에 어째서인지 스스로 산을 찾게 됐는데요. 처음으로 혼자 산에 오르다 턱 끝까지 차오른 숨에 잠시 쉬려는 찰나에 시원한 바람이 불었어요. 그런데 그게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그때 자연이 주는 순수하고 원초적인 행복감을 알게 됐고 산의 매력에 단단히 빠지게 됐죠.

*클린하이커스: 산에서 쓰레기를 줍는 클린하이킹으로 시작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친환경 아웃도어 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룹

다회용 가방에 쓰레기를 주워 담는 김강은 작가

Q. 클린 하이킹을 결심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고요?
아버지와 함께 지리산에 오른 날이었어요.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끝내주는 일출을 보고 나니 맛있는 아침만 먹으면 최고의 하루가 될 것 같았죠. 그런데 기대에 차 들른 장터목 대피소 취사장은 깨진 술병과 음식물, 일회용품이 널브러져 있었고, 공단 직원분이 한숨을 쉬며 치우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어지른 것도 아닌데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그날 아버지와 함께 쓰레기를 주우면서 하산했는데 그게 클린 하이킹의 시작이었습니다.

산에 무자비하게 버려진 기상천외한 쓰레기들

Q. 직접 산에서 주운 쓰레기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너무 많아요. 전체가 금연구역인 산에서 담배꽁초는 수도 없이 나왔고, 페트병과 캔, 비닐, 물티슈는 식상하죠. 그리고 벽시계, 구두, 속옷, 유모차, 세탁기, 성인용품, 자동차 범퍼 등 어쩌다 산에 버려지게 된 건지 사정 모를 특이한 쓰레기도 많아요. 또, 45원짜리 라면 봉지를 비롯해 몇십년 전에 버려져 썩지도 않고 유물처럼 묻혀 있는 옛날 과자봉지나 음료 병도 있죠. 그런 걸 발견하면 박물관에 보내야 하나 싶어요.

산에서 주운 쓰레기로 만들어진 정크아트

Q. 산 정상에서 선보이는 정크아트 퍼포먼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저와 같은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정기적으로 클린하이킹을 다녔어요. 그런데 산을 다닐수록 그저 쓰레기를 주워 잘 버리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긴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산에서 나온 쓰레기로 이미지를 만들어보자’라는 거였죠.

그 후로 산 정상에서 오르면 각자 주운 쓰레기들을 모아 사람보다 더 큰 사람, 화난 얼굴, 쓰레기로 고통받는 자연과 동물 등을 만들어 공유했는데요.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어요. 사람들은 시각적으로 크고 화려한 이미지에 한번 놀랐고, ‘이게 다 산에서 나온 쓰레기라고?’ 하며 한 번 더 놀랐죠.

‘100대 명산 드로잉 프로젝트’ 작품과 도봉산에서 첫 산속 드로잉을 시작한 김강은 작가

Q. 정크아트 외에도 산을 주제로 그림 작업을 하고 계신데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100대 명산 드로잉 프로젝트’로 전국의 아름다운 사계절 산을 화실 삼아 그 풍경을 그리고 있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에서 가장 좋아했던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죠. 함께 클린 하이킹을 하는 다른 분들께도 자연을 담는 그림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중이랍니다.

김강은 작가는 너무 진지하거나 딱딱하지 않게, 좀 더 즐겁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힘을 빌려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 메시지를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죠.

 

트렌드를 만드는 환경운동가

Q.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환경 실천 꿀팁이 있다면?
시작부터 무언가 크게 바꾸기보다 일상이나 취미생활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작은 환경 요소를 더해보는 걸 추천해요. 예를 들어 비건 식당 방문해 보기, 비누나 칫솔 같은 생활용품을 제로 웨이스트 제품으로 바꿔보기, 산책 취미에 플로깅 활동 더하기 등이 있죠. 작고 소소한 것부터 실천하면서 보람을 느끼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돼요. 그리고 혼자가 어렵다면 누군가와 함께하세요! 함께하면 즐거울 뿐 아니라, 훨씬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답니다.

함께하며 다양한 친환경 활동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클린하이커스 멤버들

Q. 실제로 사람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환경활동 모습을 여러 매체로 알리고 계세요.
‘혼자보다 함께 하라’, ‘공유하라, 자랑하라, 문화를 만들어야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어요. 내가 한 작은 녹색 실천과 느낀 점을 공유하면 누군가는 공감할 수도, 더 나아가 동참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죠. 우리 모두가 인플루언서인 거예요!

불과 5년 전만 해도 극소수의 사람들만 관심 가졌던 클린 하이킹이 이제 전국으로 퍼져 나가고 있어요. 또, 최근 클린하이커스의 ‘Leave Good Trace’ 프로젝트가 국제기구인 UIAA(국제산악연맹)에서 산악보호상 준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죠. 저는 앞으로도 ‘피켓드로잉’, ‘환경영화제’, ‘채식하루’ 등 자연을 사랑하는 지구인들과 함께하는 재밌고 다양한 실천을 공유할 예정이에요.

Q. 작가님이 꿈꾸는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인가요?
맑고 청량한 하늘, 푸른 숲,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 등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예찬하고 즐기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모습이요. 지금보다는 조금 불편하고, 풍족하지 않더라도 감사하고 아끼면서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모습을 꿈꿔요. 지구에 살아가는 한 공동체의 일부로 다른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거죠.

김강은 작가의 모든 활동을 관통하는 철학이 하나 있습니다. 지지치 않도록 즐기며 오래 지속하는 것, 바로 지속가능성이죠. HL은 환경을 위해 직접 실천하고, 사람들과 그 경험을 공유하는 김강은 작가의 지속가능한 열정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