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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From Junk to Art #3 이혜선 편] 쓰레기로 세상에 빛을 비추다!

HL From Junk to Art #3 이혜선, 쓰레기로 세상에 빛을 비추다!

칠흑 같이 어둡고 넓은 밤바다에 한 줄기 빛을 비추는 등대. 그 빛은 바다에 나간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안전한 뱃길을 안내하고, 바다를 지킵니다. 그리고 여기, 환경오염으로 색을 잃어가는 세상에 쓰레기로 빛을 비추는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이혜선 작가의 손등대가 안내하는 길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지 From Junk to Art에서 만나봅니다.

  

새롭게 기능하는 해양 쓰레기

이혜선 작가가 창밖 풍경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해변에서 바다 쓰레기를 수집해 오브제를 만드는 금속공예 작가 이혜선입니다. 2016년에 제주도에 위치한 ‘재주도좋아’라는 단체에서 열린 <제주바다로부터-바다쓰레기 금속공예 그룹전시>에 참여하면서 처음 해양 쓰레기를 재료로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해양 쓰레기와 금속을 결합해 ‘손등대’를 만들게 됐는데요.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여운이 짙게 남아 지금까지 해양 쓰레기 업사이클링 작업을 이어오고 있어요.

이혜선 작가를 통해 풍경과 조명&#44; 모빌로 새 쓸모를 얻은 해양 쓰레기
이혜선 작가를 통해 풍경과 조명, 모빌로 새 쓸모를 얻은 해양 쓰레기

Q. 작품에 조명 기능을 부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공예’라는 장르의 특징이 ‘기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예전부터 조명이나 화병, 주전자같이 특정 기능을 가진 오브제들을 많이 제작해왔는데요. ‘손등대’를 만들 때는,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쓰레기를 재료로 작품을 만들면서 또다시 버려질 것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 더욱 심혈을 기울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바다에서 온 재료들이기에 그 스토리를 담아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 바다에 반드시 필요한 등대가 떠올랐어요. 밤바다에 등대가 꼭 필요한 존재이듯, 어둠을 비춰주는 빛은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해 ‘손안의 등대’라는 뜻의 ‘손등대’를 만들게 되었어요.

해양 쓰레기와 금속을 결합해 조명&#44; 모빌&#44; 풍경 등의 작품을 만드는 이혜선 작가

Q. 해양 쓰레기를 활용해 작업하시면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해양 쓰레기의 대부분이 바다를 떠돌며 파도에 부서지고, 돌과 모래에 마모되고, 햇빛에 바랜 모습을 하고 있어요. 또 어떤 것들은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있기도 하죠. 자연히 만들어진 그런 모습들을 가공해 없애는 것이 아니라, 흔적도 하나의 이야기로 남겨두려고 해요. 그리고 그럴수록 금속의 마감도를 더욱 높여 서로 대비되는 모습을 통해 전체적인 작품의 밸런스를 맞추고, 활용된 해양 쓰레기의 세월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어요.
또, 수많은 종류의 해양 쓰레기들을 재료로 쓰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요. 예를 들어, 부표 속이 비어 있는 줄 알고 잘랐지만, 막상 안의 구조가 복잡해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일이 많았죠. 그러면서 생각보다 작업 중에 작은 조각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느꼈고, 그것들을 버리지 않고 최대한 다른 작업에 활용하며 쓰레기 배출 없이 작업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선한 영향력

비치코밍 중 만난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들
비치코밍 중 만난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들

Q. 직접 바다로 비치코밍도 다니시나요?
첫 프로젝트 이후로 꾸준히 직접 나가서 비치코밍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의 작업 활동을 아는 친구들이나 주변 분들이 여행 중에 발견한 해양 쓰레기를 수집해 보내주시는 경우도 있고, 함께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아 여럿이 비치코밍을 다녀왔던 적도 많아요. 제가 의도치 않았지만, 비치코밍을 전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웃음) 그리고 올해부터는 제주도 해변에 매일 나가 해변 정화 자원봉사를 하는 ‘제주클린보이즈클럽’과 연이 닿아 협업하고 있는데요. 이전에는 봉사 단체에서 주운 쓰레기들이 잘 분리돼 다시 버려지는 것으로 끝났다고 해요.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새 쓸모를 줄 수 있게 되어 조금은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Q. 버려진 것을 줍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다시 사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 보여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 안 입는 청바지로 가방을 만드신다든지, 이사 가는 집에서 내놓은 멀쩡한 가구들을 집으로 가져와 다시 쓰시는 것을 보면서 자랐어요. 그리고 그렇게 재활용한 가구 중 지금까지도 아주 잘 쓰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요. 어릴 때는 그게 환경을 위한 일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어머니를 통해 자연스럽게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손등대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손등대

Q.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선보여 주실 예정인가요?
지금까지 조명, 풍경, 모빌처럼 작은 사이즈의 작품을 제작해왔는데요. 앞으로는 지금까지 작업해왔던 크기에서 벗어나 대규모의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 준비 중이에요. 또, 만들기 키트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업사이클링 경험을 선물하고자 해요. 미미하지만 저의 이런 작업으로 하여금 점점 더 많은 해양 쓰레기들이 새 쓸모를 얻기를 바랍니다.

작은 손등대는 작가의 환경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담고 있습니다. 직접 비치코밍을 나가 해양 쓰레기들을 주우며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이혜선 작가. 오랫동안 업사이클링 작업을 이어오면서도 여전히 환경운동가, 환경아티스트 등으로 불릴 때면 호칭에 대한 반성이 앞선다고 합니다. 이혜선 작가는 늘 환경 앞에 겸손하며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와 어울리는 작가, 미래 환경을 위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이혜선 작가가 가장 처음 만들었던 손등대를 들고 환하게 웃어보이고 있다.

Q. 작가님이 꿈꾸는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인가요?
어릴 때 한 영화에서 미래의 모습을 오히려 원시 시절처럼 연출한 것을 본 적 있는데요. 당시에는 의아했지만, 이제는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아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게 누려왔던 자연이나 공기가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된 것이죠. 미세먼지 때문에 두꺼운 마스크를 써야만 하고, 개울 물에 들어가 놀거나 내리는 비를 맞는 것도 수질 걱정을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자연환경이 적어도 지금보다 나빠지지는 말았으면, 우리만큼은 자연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우리가 노력하고 변해야겠죠!

이혜선 작가는 어머니의 손재주와 재활용 습관을 보고 자라며 자연스럽게 자연환경을 아끼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비치코밍과 업사이클링 경험을 선사합니다. 결국 손등대가 비추는 길은 바로 우리가 환경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앞으로 이혜선 작가의 활동을 응원하며, HL 역시 더 높은 삶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길을 비춰 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