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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왓츠인마이카 #20] 제작 기간만 17년! 슈퍼 카를 집어삼킨 괴물 자동차의 등장

모빌리티는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요? 그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왓츠인마이카. 이동의 변화가 가져온 현대인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살펴봅니다.

오늘의 주인공을 만나다

‘왓츠인마이카’하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도전’입니다. 그동안 왓츠인마이카에서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HL 임직원을 여러 번 소개하였는데요. 오늘은 자작차 끝판왕의 출격입니다. 나만의 드림 카를 직접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무려 17년째 자동차 제작을 이어오고 있는 주인공, HL만도 임병호 책임연구원을 소개합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HL만도 WG Campus F3 Lab에서 신사업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임병호 책임연구원입니다. 현재 저희 팀에서는 차량 외관을 분석하고 판독하는 앱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만도 판도연구소 주차장 입구에서 체험해 보실 수 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인가요?
카메라로 차량 외관을 분석하여 스크래치 유무나 수리 필요성 등을 안내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예를 들어 차량에 스크래치가 발생했다고 판단되면, 지도와 연계하여 차량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복원 전문점을 추천하고요. 손상 정도에 따라 어떤 공업사를 찾아가야 할지 분류해서 알려주는 것인데요. 차량 하부와 같이 맨눈으로 확인 불가능한 위치의 손상을 알 수 있어, 렌터카 업계 등의 수요가 예상됩니다.

손맛의 끝! 기아 올 뉴 모닝 수동 

그렇다면, 임병호 책임연구원은 어떤 자동차를 탈까요? 그의 자동차는 기아 올 뉴 모닝 수동형입니다. 경차 중에서도 수동변속기 모델은 구매율이 낮아 비주류 중의 비주류라고 불리는데요. 운전 편의 기능이 거의 없거나 적은 대신, 날 것 그대로의 자동차를 느낄 수 있어 운전의 손맛을 중시하는 수동 마니아에겐 이보다 매력적인 모델이 없다고 합니다.

Q. 수동 모닝을 구입하게 된 이유는? 
13년 동안 현대 클릭을 타다가 2017년에 갈아탔어요. 원래 작고 경쾌한 차량을 좋아해 대체 차량으로 더 작은 차를 고민하다가 모닝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작 중인 자작 자동차가 수동인데요. 평상시에도 운전 감각을 유지하고 싶어 수동 모닝을 선택하였습니다.

Q. 수동 모델은 옵션 선택 폭이 좁은데요. 이에 운전 편의 장치를 직접 다셨다고요?
순정 상태의 자동차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장거리 주행이 잦다 보니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필요했어요. 유럽과 달리 국내 브랜드는 수동변속기 모델에 해당 기능을 제공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직접 모듈을 사서 장착했습니다. 손을 보는 김에 주행 몰입도를 높일 겸 운전석도 버킷 시트로 교체했습니다. 포르쉐 911 수준으로 시트 포지션이 낮아 운전석에 앉으면 지면에 손바닥이 닿아요.

*크루즈 컨트롤(Cruise Control):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지정된 속도로 차를 주행할 수 있는 기능

제로백 3초대! 슈퍼카를 삼킨 자작 자동차 

여기까지는 맛보기에 불과합니다. 자동차에 대한 그의 집념을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청주에 있는 개인 작업장을 봐야만 합니다. 시골집 빈 목장을 개조해 꾸몄다는데요. 주말이면 이곳에서 그의 꿈을 담은 자동차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Q. 직접 자동차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자작 자동차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총 3대의 미니 포뮬러 카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제작 경험이 쌓일수록 자동차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고 지식에 대한 목마름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됐죠. 열심히 공부한 만큼, 배움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이에 ‘기술의 미학, 감성의 공학, 배움에 대한 증명’을 주제로 자동차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한 일이 일생일대의 과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의 목표는 전설적인 슈퍼카 ‘맥라렌 F1’처럼 가볍고 빠른 자동차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에 단순한 키트 카 형태로 골격을 잡고 자동차 엔진 대신 오토바이 엔진을 사용해 무게를 줄였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공차 중량 470kg, 제로백* 3.2초라는 놀라운 성능의 자동차가 탄생했습니다.

*제로백: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말

Q. 차량 제작 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강성을 위해 기본 프레임은 스틸을 사용했고요. 바디는 제일 얇은 알루미늄을 사용했습니다. 보닛은 체크무늬로 디자인했는데요. 일일이 알루미늄 판을 두드려서 모양을 만들고 리벳팅* 작업을 한 거예요. 일반 차량과 달리 운전석은 오른쪽에 배치했습니다. 가벼운 차일수록 무게 배분에 민감하거든요. 엔진이 왼쪽에 장착돼 있어 무게가 한쪽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에 좌석 배치를 바꿨습니다. 현재 1차 공정은 90%가량 진행 됐는데요. 성능 최적화를 위한 튜닝 작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리벳팅(Riveting): 금속 재료를 땜 없이 접합하는 방식 중 하나

Q. 차량 앞뒤에 붙인 ‘타키온(Tachyon)’과 ‘아드리아(Adria)’는 어떤 의미인가요? 

타키온은 빛보다 빠른 가상의 물질이라는 뜻이자, 제가 활동한 동아리의 이름입니다. 아드리아는 이탈리아 해변의 이름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장소와 학창 시절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자작 자동차에 ‘타키온 슈퍼7 아드리아’, 줄여서 ‘TS-7 아드리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나의 스승! 영원한 멘토, 아버지 

철부지 코흘리개 시절부터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자동차를 배웠다는 임병호 책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자동차를 좋아하게 된 것 역시 아버지의 영향이었습니다.

Q. 아버지가 자작 자동차 제작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요?
아버지도 한때 자동차 공학도를 꿈꾸셨습니다. 공업고등학교 자동차과를 졸업하셨지만, 집안 사정으로 인해 농부가 되셨는데요. 그래서 차를 만들 때 많은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용접 기술도 직접 알려주셨고요. 아버지는 저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가능성의 기회를 열어 주시는 분입니다.

어쩌면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이뤄드리기 위해 시작한 자작 자동차 제작이지만, 아버지를 비롯해 많은 동료 연구원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어느새 오롯한 자신의 꿈이 되었다고 합니다. 꿈을 꾸고 나아가게 만들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임병호 책임. 과연, 그 도전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Q.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요? 
제가 만든 자동차의 한계를 알아내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제가 생각한 대로 차가 움직일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요. 또 하나, 바람이 있다면 정식 차량 번호판을 발급받아 경치 좋은 도로에서 주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이 자동차를 제작해 등록, 운행하는 것이 불가능한데요.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임병호 책임연구원. 그에게서 ‘STRIDER’의 진면목을 보았습니다. 그의 도전을 응원하며 왓츠인마이카, 다음 화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