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13일, 일산 킨텍스에서 2025 서울모빌리티쇼가 열렸습니다. 2년만에 돌아온 이번 서울모빌리쇼에서는 다양한 국내외 자동차 업계가 참가해 새로운 모빌리티 기술을 선보였는데요. HL클레무브 Corporate Planning팀도 서울모빌리티쇼를 찾아 모빌리티 트렌드를 살펴보고 왔습니다. 주학연 팀장님의 2025 서울모빌리티쇼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보시죠!
0. 2019년 일산, 모빌리티쇼의 첫 추억
저의 첫 모빌리티쇼에 대한 기억은 6년 전으로 거슬러 갑니다. 2019년, 동료들과 함께 처음으로 서울 모빌리티쇼를 찾았는데요. 오전 근무 후 서로의 자녀와 함께 아버지가 살아가는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는 부푼 기대를 품고 힘차게 일산으로 출발했습니다. 5살 아이들에게는 ‘포르쉐’보다 ‘꼬마버스 타요’와 ‘로보카 폴리’가 더 인상적이었겠지만 아무튼 이날의 기억은 멋진 사진으로 남아있습니다.
모빌리티쇼는 예전에는 '모터쇼', 그보다 더 이전에는 '자동차 박람회'로 불렸습니다. 명칭은 시대에 따라 변했지만, 세계 최고의 자동차들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은 여전히 같습니다. 어쩌면 자동차란 단순히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 우리 각자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무언가인지도 모릅니다.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그리고 가족에게도 자동차는 이동 수단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2019년에도, 2025년에도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많았던 이유는 그 특별한 의미 때문일 것입니다
1. ROAD to KINTEX - 자율주행 셔틀 vs 무빙워크
이번 서울 모빌리티쇼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승이 가능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2전시장 입구에서 1전시장까지 롯데그룹이 제공하는 자율주행 셔틀을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복잡도가 매우 낮은 정해진 영역 내에서 주행이기 때문에 아주 높은 기술적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L4를 직접 체험해본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산업과는 연관성이 낮다고 생각했던 롯데그룹이 그들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롯데그룹은 2021년부터 국내에서 임시운행허가를 취득한 후 강릉, 경주, 군산, 순천 등 지자체와 협력하여 셔틀을 운영 중입니다. 시속은 약 40km 정도라고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20km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안전을 위해 전원 안전벨트 장착이 필요해서 놀이기구처럼 출발 전에 안전요원이 안전벨트 장착 여부를 모두 확인합니다. 일정이 바쁘다면 가까운 곳에 있는 무빙워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23년 롯데그룹은 4대 신성장 사업 중 하나로 모빌리티 사업을 선정하였다고 합니다. 이미 롯데렌탈을 통해 국내 렌터카 사업 그리고 서비스 로봇 대여 사업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 롯데그룹이 잠재적 사업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자율주행 셔틀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놀랍습니다. 사업 성공 여부를 떠나서 기업들의 이러한 도전 정신이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줄 것임을 확신합니다.
2. The Maybach Touch
이제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시간입니다. 내 마음 속 욕망이 인도하는 걸음을 따라 어딘가로 향합니다. BMW와, 포르쉐(Porsche)를 지나 도착한 곳은 Mercedes Benz 부스입니다. ‘메르세데스’는 굳이 ‘벤츠’를 연상하지 않아도 무언가 특별한 느낌을 주는 이름입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는 에드몽 당테스의 연인으로, 서풍의 광시곡에서는 시라노 번스타인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그 이름은 무언가 울림이 있습니다.
사실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가장 파격적인 전시를 보여주는 곳은 바로 이곳입니다. 2023년에도 매우 재미있는 전시를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인 몽클레르와 ‘Project Mondo G’라는 컨셉으로 협업 전시를 하였습니다. 제 아이는 저 차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Ultimate Excellence’라는 슬로건처럼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마이바흐(Maybach)는 매우 특별합니다. 현대의 제네시스, 토요타의 렉서스 역시 시대를 장식한 브랜드의 반열에 올랐는데 벤츠의 마이바흐는 과연 어떤 느낌일까요? 현실과 동경의 경계에 있는듯한 그 자동차를 우리는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마음껏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2025년식 S680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마이바흐의 핸들을 별도로 전시하는 곳 앞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직접 핸들을 만져보며 음미하고 있었습니다. 꿈은 상상의 영역이지만 직접 보고, 실제로 만져볼 수 있다면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됩니다. 저 역시 그 옆에서 그날 핸들을 직접 만진 수많은 어린이들이 언젠가 마이바흐를 소유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기도했습니다.
3. BYD’s Counterattack
2023 서울 모빌리티쇼의 하이라이트가 테슬라였다면, 2025년 서울모빌리티쇼의 중심은 단연 BYD가 아닐까요? 테슬라의 독주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의 거인이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사실 저는 BYD에 특별한 기억이 있습니다. 2010년 신입사원 시절 중국 출장을 다녀온 과장님께서 중국에서 매우 재밌는 로고를 가진 자동차를 봤다며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그 자동차가 바로 BYD 였습니다. 2023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모빌리티쇼에서도 느꼈지만 그때의 BYD와 지금의 BYD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습니다.
BYD 전시장에서 가장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곳은 U9입니다. U9는 U8과 함께 BYD의 럭셔리 브랜드인 양왕(仰望) 소속의 스포츠카로,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색과 디자인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차체 후면 유리창에 장착된 핀 타입 윙은 과하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무언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양왕의 U9과 U8는 중국 자동차 회사의 약점이 될 수 있는 ‘Made in China’에 대한 고정관념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U9, U8 외에도 언론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다양한 BYD의 차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고급 미니밴인 Denza9, 오프로드 SUV인 Bao5 등 상당히 탄탄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 출시된 Atto3과 SEAL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최근에 보조금이 확정된 두 제품은 계약까지도 가능하여 시승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저도 Atto3를 시승해보았습니다.
BYD는 상당한 수준의 자율주행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국내 판매 차량에 적용된 기능은 L2 정도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mart Cruise Control) 정도인데 아주 특별한 기능은 아닙니다. BYD는 전략적으로 경쟁을 위해 유료로 제공되는 옵션을 기본으로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BYD 관계자분의 설명을 통해 BYD가 한국 시장 진입에 진심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승차감은 기대보다 매우 좋았습니다. 특히, 2010년 중국에서 경험한 중국 택시의 승차감과는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자동차의 마감 상태 역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타사에서 있었던 이슈처럼 ‘마감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제 눈으로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중국의 자동차 상품성이 매우 높은 수준까지 발전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BYD 관계자분은 BYD의 진정한 성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서울모빌리티쇼가 끝나고 본인이 근무하는 매장에 와 함께 자유로를 달려보자는 제안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테슬라는 사업 초기 Roadster와 Model-S를 중심으로 하이엔드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뒤에 보급형 시장으로 진출했는데요. 하이엔드 시장에서 형성된 브랜드 이미지는 테슬라의 다음 차종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테슬라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BYD 역시 테슬라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지만 U8, U9로 구축한 고급 브랜드 이미지로 ‘Made in China’라는 편견을 희석시키고, 자동차의 기본적인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매우 많지만, 이를 잘 극복한다면 대한민국을 스쳐 지나가는 산들바람이 아니라 돌풍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4. Homeland
BYD의 전시관은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그래도 서울 모빌리티쇼의 상징은 현대와 기아 그리고 제네시스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모빌리티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죠.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현대, 기아 그리고 제네시스가 모두 독립적인 컨셉으로 멋진 전시관을 준비하였습니다.
기아는 새로운 PBV(Purpose-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 모델인 'PV5'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였습니다. ‘PV5’는 다양한 용도에 맞춘 모듈형 전기차로, 승객용, 화물용, 교통약자용 등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LG전자와 협업한 모바일 오피스와 차크닉 콘셉트카도 함께 소개해 기아가 추구하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인 ‘Innovative Mobility Life provided by Kia’ 를 구체적으로 보여줬습니다.
현대 역시 신차와 컨셉트카를 대거 공개했습니다. '디 올 뉴 넥쏘', '더 뉴 아이오닉 6', '더 뉴 아이오닉 6 N Line', ‘펠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이오닉 9’ 시승행사가 있었는데 정말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이미 예약이 마감되어 아쉽게도 체험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의 축적된 기술 역량을 엿볼 수 있는 N 시리즈 전시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서울 모빌리티쇼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도로에서는 쉽게 보기 어렵지만 온라인에서는 일종의 밈처럼 떠도는 N 시리즈를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N 시리즈는 현대자동차가 2015년에 선보인 고성능 서브 브랜드로, 브랜드의 기술력과 스포츠 드라이빙 감성을 강조하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BMW의 M, 폭스바겐의 R, 르노의 르노 스포트, 닛산의 니스모, 토요타의 GR, 스바루의 STi, 혼다의 타입 R, 아큐라의 타입 S 및 A-스펙, 푸조의 GTi, 미쓰비시의 랠리아트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고성능 디비전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현대차 또한 스포츠성과 퍼포먼스를 갖춘 차량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장에 입증하기 위한 도전의 상징입니다.
제네시스 전시관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제네시스라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시장 위치를 고려하여 전시관은 매우 고급스럽게 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관에서는 특별히 제네시스의 외장 컬러를 직접 보고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HL인들에게는 왠지 친숙할 수 있는 ‘한라산 그린’이라는 컬러도 있었습니다.
5. Planting dreams, growing futures
이번 서울모빌리티쇼의 또 다른 인상적인 점은 굿즈 스토어였습니다. 특히, 현대자동차, BMW, Mercedes-Benz가 인상적이었는데요. ‘굿즈샵’이라고 하면 보통 어린이들을 위한 장소라고 생각했지만 판매하는 제품들의 퀄리티를 보니 어른들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 스토어에는 현대자동차의 다양한 자동차 장난감을 구매할 수 있었는데요. 제네시스와 같은 최신 자동차 모델부터 추억의 자동차인 포니까지 다양한 모델의 장난감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추억에 빠진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제네시스 대신 포니를 강권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가장 화려했던 곳은 메르세데스 벤츠였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어린이들을 타겟으로 했다면 이곳은 명확히 어른이들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가장 저렴한 다이캐스팅 자동차가 약 5만원대 수준이었고, 100만원에 가까운 최고급 자동차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Lego매니아라면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는 보물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보물섬을 발견한 기분이 이런 것일까요? 예전에 단종되었던 MERCEDES AMG PETRONAS Formula One™ Team (#75883) 를 딱 2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든 경험과 기쁨이 서울모빌리티쇼를 방문한 모든 사람들에게 자동차에 대한 기분 좋은 감정을 심어줄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과연 저 레고를 누가 구매했을까요?
6. 마치며 – 금강산도 식후경
모빌리티쇼는 주말이 되면 가족단위 관람객이 정말 많은데요. 모빌리티쇼를 보러 오신다면 신기한 ‘빠방’들을 쫓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쫓아 다니랴, 전시 관람하랴 이리저리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 할 수 있으니 주변 맛집에서 든든히 식사를 하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구매한 순간부터 살이 찔 수 있다는 조경규 선생님의 최신작 오므라이스잼잼15권에 등장하는 ‘전민규의 황제누룽지탕’을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이렇게 올해도 무사히 서울 모빌리티쇼 구경을 마쳤습니다. 신기술과 트렌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이런 전시회는 업계 종사자라면 꼭 한 번 시간을 내 방문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자율주행 회사에 다니는 만큼 자율주행 기업 부스를 중심으로 돌아다녔는데, 국내외 기업들의 자율주행 기술을 직접 보고 체험하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모빌리티쇼에는 또 어떤 신기술이 나타날까요? 미래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