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핸들을 돌리면 바퀴의 방향이 바뀐다는 사실을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탈 때부터 자연스럽게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어떻게 그 작은 핸들 하나를 가지고 무거운 차체를 받치고 있는 바퀴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실제로 우리는 40년 전만 하더라도 방향 전환을 위해 안간힘을 써 핸들을 돌려야 했는데요. 지금처럼 가볍게 핸들을 쥐고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파워 스티어링의 등장 덕분입니다. 그리고 이 파워 스티어링을 작동하는 데에는 모터가 필요한데요. 오늘은 이 모터를 움직이는 모터의 마술사, HL만도 박제상 책임연구원을 만났습니다.
자동차의 움직임을 만드는 모터
흔히들 ‘자동차 모터’하면 구동 모터(엔진 모터)만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사실 자동차에는 수많은 모터들이 적용됩니다. 최근의 완성차들은 총80개 내외의 모터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모터들은 크게 구동 모터와 샤시 모터, 편의/보조모터로 나뉩니다.
HL만도는 이 중에서 조향과 제동, 서스펜션 시스템에 적용되는 샤시 모터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박 책임은 이 모터들을 제어하는 모터제어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모터제어 업무는 말 그대로 모터의 동작을 제어하는 것인데요. 모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Motor Control팀은 어떤 일을 하나요?
제상: 말 그대로 모터 제어를 위한 SW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모터나 모터제어기가 들어가는 EPS(전자식 조향장치) 구동 모터의 제어기 설계 및 시험 튜닝과 토크리플 보상 업무를 주로 해왔고요. 최근에는 AMS나 EMB(전자식 제동장치)의 모터제어 업무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HL로보틱스가 개발하고 있는 주차로봇 파키(Parkie)의 초기 개발 및 모터 제어 검증 단계에도 참여했어요.
제상: 차량의 상위 제어기가 내리는 시스템 구동을 위한 지령을 실제 모터의 작동으로 옮기는 것. 그게 저희 팀이 하는 일이예요. 예를 들어, 운전자가 핸들을 돌리면 상위 제어기가 그 각도와 힘을 분석해 타이어를 얼마나 부드럽게 움직일지 결정합니다. 이후 모터 제어기가 현재 구동 상태를 반영해 상위 제어기의 성능을 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값을 계산하고, 그 값을 바탕으로 빠르고 정밀하게 모터를 제어하는 것이죠.
모터제어 업무는 조향, 제동, 서스펜션처럼 모터가 사용되는 모든 샤시 시스템에 관여하기에 여러 부서와 협업할 일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차 전체를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상위 제어기 개발 부서와의 긴밀한 협력이 특히 중요합니다.
Q. 모터가 들어가는 모든 곳에 Motor Control 팀이 필요하겠네요?
제상: 맞아요. 타 부서와의 협업이 엄청 많아요. 아마 우리 회사에서 저희팀이 협업부서가 가장 많은 팀이 아닐까요?(웃음). 한 개의 작은 아이템을 선행 개발하더라도 최소 5~7개의 팀과 협업해야 하니까요. 그런 만큼 넓은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양쪽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상위 제어기가 모터제어에서 실제로 구현하기 어려운 값을 보낼 수도 있고, 또 반대로 모터제어가 그 값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아무리 계산상 좋은 값이라도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다양한 분야에 대한 넓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이 힘들법도 한데, 박 책임은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다양한 특허를 출원하는 원동력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제상: 전문가만큼 깊지는 않아도,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 넓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두 분야를 합쳐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 쉬워요. 이번 발명의 날 수상도 T사와 N사에 들어가는 리던던시(Redundancy, 이중화) 사양 구현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모터/모터에어 기반 기술에 대한 다양한 특허들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박 책임은 이제 더 넓은 분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제상: 언젠가는 차량구동용 모터를 해 보고 싶어요. 차량을 실제로 움직이는 힘을 낼 수 있는 핵심 모터인만큼 ‘로망’이 있는 것 같아요. 아예 엔진모터를 없애고 바퀴에 구동 모터를 장착하는 인휠모터도 해 보고 싶고요.
또 HL만도의 R&D Master로서 후배들의 성장을 이끌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는데요. 실제로 박 책임은 팀원들이 폭 넓은 업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다른 팀의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Q. 모터제어 분야로 취업을 꿈꾸는 예비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제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 그리고 실수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도 주니어 시절에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비싼 모터 많이 태워먹었어요(웃음).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렵고, 실수는 누구나 해요. 안 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그렇게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한 번 큰 사고를 치면 절대 안 잊어버리니까,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기도 하고요(웃음). 또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 나중에는 ‘이건 안 된다’하는 직감도 생기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