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하면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수능, 단풍, 입동 등 계절의 키워드도 떠오르고, 누군가는 빼빼로데이를 준비하느라 분주했을지도 모릅니다. HL Mobility Labs는 이 시기에 가장 먼저 ‘보행자의 날’을 떠올립니다. 사람의 두 다리를 닮은 숫자 11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이 날은, 보행의 가치를 되새기고 안전한 보행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되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걸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걸음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존재가 바로 신호등이죠. 늘 곁에 있지만 당연하게 지나치기 쉬운 신호등은, 사실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교한 원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매일 마주하지만 잘 몰랐던 횡단보도 보행 신호 속 숨은 규칙과 비밀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알고 보면 규칙이 보이는 신호의 비밀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보면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하고 답답해질 때가 있죠. 하지만 이 신호들은 모두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구조를 따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보행 신호는 차량 직진 신호와 연동되어 있습니다. 차량 신호의 녹색등이 켜지고 약 3초가 지나면, 해당 방향의 보행 신호가 켜지는 방식이죠. 이 3초는 차량이 출발하는 시간을 고려해 보행자와의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한 여유 시간입니다.

횡단보도 초록불 시간, 어떻게 정해질까?
그렇다면 횡단보도의 보행 시간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요? 경찰청 매뉴얼에 따르면, 보행 신호 시간은 기본적으로 '1초에 1m'를 기준으로 합니다. 여기에 보행자가 신호를 보고 반응해서 발을 떼는 데 걸리는 ‘횡단보도 진입 시간’ 약 7초를 더해 총 시간을 결정합니다.

다만 걸음이 느린 어린이나 노약자 등 교통약자가 많은 곳(노인보호구역, 어린이보호구역 등)에서는 보행속도 기준을 완화하여 0.7m~0.8m당 1초를 적용합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4차선 국도의 도로폭인 약 20m를 기준으로 보행 시간을 계산해볼까요?
| 일반도로 | 교통약자 보호구역 | |
| 도로 폭 | 20m | |
| 횡단보도 진입 시간 | 7초 | 7초 |
| 보행 시간 | 20 * 1초 = 20초 | 20÷0.7 = 28.5초 |
| 총 보행신호시간 | 27초 | 약 36초 |
일반 구역에서는 27초이지만, 보호구역 내에서는 최대 36초까지 보행신호시간이 늘어납니다. 또한, 각 지자체는 교통량, 주변 시설, 시간대 등을 고려해 교차로별로 보행시간을 탄력적으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신호등에 달린 버튼, 누를까? 말까?
신호를 기다리다 보면 신호등에 여러 버튼이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 버튼은 무슨 역할을 할까요?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소리를 통해 신호를 안내하는데요. 여기에는 방향을 알려주는 작은 단서가 숨어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찌르르르” 귀뚜라미 소리는 남-북 방향의 횡단보도, “뻐꾹뻐꾹” 새소리는 동-서 방향의 횡단보도 점등 안내 신호입니다. 설치 지역이나 기기의 종류에 따라 소리는 다를 수 있지만, 횡단보도의 방향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난다는 것은 동일한 사실!

또 다른 버튼은 보행자 작동 신호기입니다. 이 장치는 보행자의 수가 많지 않아 상시 신호를 운영할 필요는 없지만, 꼭 건너야 하는 순간이 있는 곳이나 특정 시간대에만 보행이 발생하는 장소에 설치됩니다. 평소에는 신호가 꺼져 있다가, 보행자가 버튼을 누르면 보행 신호가 점등되는 방식입니다.
더 안전한 보행 환경을 위해
신호등은 항상 같은 방식으로 보이는 것 같지만,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발전해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확산된 바닥 신호등입니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보행자가 늘어나면서, 신호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횡단보도 시작 지점 바닥에 LED등을 설치해 보행 신호를 표시하는 방식인데요, 야간이나 우천 시에도 바닥의 불빛이 운전자에게 횡단보도 위치를 명확하게 알려줘 보행자 안전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 최근에는 녹색등뿐 아니라 적색등의 잔여 시간을 표시하는 신호등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다림의 불편을 줄이는 것을 넘어, 보행 신호가 들어오기 직전의 예측 출발이나 무단횡단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또한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신호가 바뀌면 모든 방향의 차량이 정지하고, 보행자는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건널 수 있는 방식입니다. 우회전 차량과의 충돌 위험을 낮출 수 있어 사고 예방 효과가 큰데, 실제로 서울시는 대각선 횡단보도 도입 후 교통사고가 18.4%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AI 기반 보행 안전 기술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AI 스마트 횡단보도’는 보행자와 차량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분석해 신호 시간을 조정하고, 위험 상황에서는 보행자 또는 운전자에게 즉시 경고를 보내는 시스템입니다. 현재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스쿨존 등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 중이죠!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횡단보도 앞에 선 우리의 마음가짐입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 횡단보도 앞에서 조급함 대신 1초만 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