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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From Junk to Art #1 장한나 편] 인류세 새로운 지층의 파편, 뉴락(New Rock)

From Junk to Art #1 장한나
인류세 새로운 지층의 파편, 뉴락(New Rock)
'뉴락' 앞에 서면 어쩐지 쉽게 웃을 수 없다는 장한나 작가, 환경에 대한 아티스트의 책임감이 느껴진다.

스툴 위에 거꾸로 세워진 자전거 바퀴, 뒤집어진 소변기가 예술품이 될 수 있을까요? 20세기 개념미술의 선구자이자, 현대미술의 신화로 불리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은 산업사회가 만들어낸 기성품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두 사물의 만남과 기능이 제외된 사물의 형태 그 자체에서 예술적 가치를 찾았습니다. “기성품을 작가가 선택하는 행위 자체가 미술이라고 말하는 뒤샹.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기교보다 오브제를 통해 전달되는 작가의 사상이었죠.

그렇다면, 쓰레기는 어떤가요? 인간에 의한 환경훼손으로 인류세*를 맞이한 지금, 쓰임을 다하고 무참히 버려진 쓰레기들을 전시하는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바로 장한나 작가인데요. 오늘 From Junk to Art에서는 버려진 것들로 울림을 전하는 장한나 작가를 만나봅니다.

*인류세(Anthropocene): 인류 활동이 자연을 파괴해 지구환경 체계를 급변하게 만드는 새로운 지질 시대

 

암석화된 플라스틱, 뉴락(NEW ROCK)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웃는 장한나 작가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뉴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장한나입니다. 여기서 ‘뉴락’이란 제가 새롭게 만든 단어인데요. 버려진 뒤에 자연 속에서 바람, 파도, 태양에 의해 풍화작용을 겪고, 생물들이 생태공간을 만들어 마치 암석처럼 자연의 일부가 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뜻합니다. 저는 ‘뉴락’을 수집하고 관찰하며 지구에 이런 것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어요.

장한나 작가 전시에서 만난 손글씨로 작성된 작품 설명과 뉴락 표본들
장한나 작가 전시에서 만난 손글씨로 작성된 작품 설명과 뉴락

Q. ‘뉴락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2017년 원자력 발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당시, 울산의 원전 근처 바닷가에 방문하게 됐어요.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 아니라 그런지 작은 플라스틱 제품들을 비롯해 냉장고까지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쓰레기들이 있었어요. 그중에 유독 눈에 띄는 커다란 돌이 있어서 가까이가 들어봤는데 너무 가볍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스티로폼이었어요. 커다란 스티로폼이 풍화작용을 거쳐 돌의 형상으로 바닷가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 놀랍고, 섬뜩한 기분을 느꼈었죠.

그날 이후로 바닷가에 가면 훨씬 더 많은 종류의 ‘돌처럼 변한 플라스틱’이 눈에 들어왔어요. 더 이상 이를 못 본 체할 수 없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인공물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 어떤 과정을 겪었기에 자연물과 엉켜 암석의 모습으로 변하게 됐는지, 플라스틱에 생태공간을 만든 생물들은 무탈히 살았을지 여러 가지 질문이 생겼고 본격적으로 수집, 전시하게 됐어요.

Q. ‘뉴락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이걸 아름답다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아름다워서 계속 보게 됐어요.”
종종 듣는 재밌는 반응인데요. ‘뉴락’은 인공물과 자연물의 경계에 있는 물질이고 다양한 질문이 생기는 오브제예요. 한편으로는 자연이 만든 조각품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아름다울 수 있고, 사람들 눈에 아름답고 흥미로워 보일만한 것을 수집의 기준으로 두기도 해요. 그래야 한 사람이라도 더 눈여겨 봐줄 테니까요. 또 다른 시선으로 ‘뉴락’은 환경문제 혹은 인간 욕망의 단면을 보여주는 오브제이기도 해요. 그 때문에 아름다움의 유무에 집중하기보다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 폐기를 하는 인간의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도달하기를 바랍니다.

 

작은 궁금증에서 시작된 예술

관객에게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있는 장한나 작가

Q.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도시에서 자랐지만, 어릴 적 주말이면 시골 할머니 댁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할머니와 함께 닭 모이를 주고 고구마를 캐 먹으며 자연스럽게 생태 감수성을 키울 수 있었죠. 그런 기회가 자연과 환경을 면밀히 보게 만든 배경이 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린 저에게 서울 집과 할머니 댁에서의 생활 속에 가장 큰 질문을 남겼던 것이 쓰레기 처리였어요. 할머니 댁에서는 무언가 버리려면 태우던, 묻던 모두 집 안에서 이뤄졌어요. 그 때문에 할머니는 불필요하게 많이 생산하거나 소비하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만 취하도록 늘 신중하셨어요. 반면에, 도시에서는 여러 세대에서 내놓은 쓰레기들이 산을 이뤘다가도 아침이면 말끔하게 사라져버렸죠. 저는 문득 이 효율적이고 깔끔한 시스템 뒷면의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인간의 편리를 위한 생산과 소비 그 이후를 좇기 시작했어요.

단순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뉴락부터 생물의 터전이 된 뉴락 등 다양한 <뉴락 표본>
단순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뉴락부터 생물의 터전이 된 뉴락 등 다양한 <뉴락 표본>

Q. 일상에서 환경을 위해 꼭 지키는 것이 있다면?
텀블러 사용, 일회용품 사용 지양 등 기본적인 것들을 잘 지키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작가로서 작품 활동 역시 일상이라고 본다면,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한 새롭게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면 멋진 단상을 제작해 ‘뉴락’들을 올려 둔다면 물론 고급스러운 연출에 도움 되겠지만, 저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애초에 그런 제안을 수락하지 않는 편이죠.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전시에서 또 다른 폐기물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많은 고민이 따르는 것 같아요.

710일까지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장한나 작가의 전시에서 우리는 작은 핀에 의존해 걸린 뉴락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커다란 부피의 뉴락이 고작 바늘 몇 개에 단단히 고정된 모습은 암석 같지만, 결코 암석이 아닌 뉴락의 물성을 잘 나타내는데요. 화려한 치장으로 눈길을 끌기보다, 반드시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된 디스플레이가 보는 이들에게 더욱 큰 울림을 전합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장한나 작가

Q. 뉴락 프로젝트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가 무엇인가요?
예술은 답을 주지 않지만, 관객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게 해요. 저의 뉴락 프로젝트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수면 위로 올리는 일을 할 뿐입니다. 뉴락을 본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메시지를 고민하고, 더 나은 미래를 원하며 실천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기를 바라봅니다.

Q.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로 ‘뉴락’을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해요.
플라스틱은 정말 다양한 종류로 나뉘는데요. 기존의 형체를 잃어버린 ‘뉴락’들이 과연 어떤 플라스틱 종류인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지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이를 통해 앞으로 ‘뉴락’의 더욱 깊은 이야기들을 전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재미있게 준비 중입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가지게 된 작은 궁금증이 지금의 환경 아티스트 장한나 작가를 만들었습니다. 그저 호기심으로 끝내지 않고, 학습하고 실천하는 장한나 작가는 뉴락을 통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물음표를 던지는데요. 한라그룹 역시 언제나 환경에 대한 물음표를 가지고 끊임없이 학습하며 ESG를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예술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말하는 From Junk to Art&#44; 한라그룹과 환경 아티스트가 전하는 지구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