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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From Junk to Art #2 이성동 편] 패션으로 말하는 지속가능성, 얼킨(ul:kin)

From Junk to Art #2 이성동
패션으로 말하는 지속가능성, 얼킨(ul:kin)

예술가(藝術家)의 사전적 의미는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시인은 시로, 회화 작가는 그림으로, 가수는 노래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를 통해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는데요. 오늘 From Junk to Art에서 만날 이성동 디자이너는 버려질 위기에 처한 회화작품을 소재로 패션 아이템을 창작하며 환경과 사람 사이에 얽히고설킨 순환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re-born 패션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하는 이성동 디자이너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브랜드 ‘얼킨(ul:kin)’을 운영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성동입니다. 얼킨은 버려지는 회화작품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라인을 시그니처로 선보이고 있으며,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친환경 이슈를 화두로 던지고 더 나아가 재능순환을 이루는 예술문화 기반의 소셜벤처 브랜드를 표방합니다.

버려진 회화작품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에어팟 케이스와 카드지갑
버려진 회화작품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에어팟 케이스와 카드지갑

Q. 회화작품 업사이클링으로 패션 아이템을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회화 작가 친구의 졸업전시회에 참석했을 때 아이디어를 얻게 됐어요. 당시 여러 작가들이 저마다의 표현 방식으로 개성을 드러낸 멋진 작품들을 전시했는데, 그곳에서 전시가 끝나면 대부분의 작품이 버려질 것이라는 의외의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제 눈에는 훌륭한 작품이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니크한 소재인데 너무 아까웠죠. 그래서 친구들의 도움으로 버려질 습작품들을 모았고, 그것들을 활용해 가방과 지갑 등 패션 아이템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집에 있는 재봉틀로 혼자 시안을 만들다 보니 모양도 단순하고 조악했어요. 그리고 회화작품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면서 내구성까지 갖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코팅 기술이 필요했고, 이를 개발하는 데만 6개월이 넘게 걸렸죠. 그렇게 힘들지만, 의미 있는 시행착오들을 거쳐 2014년에 업사이클링 브랜드 ‘얼킨’을 론칭하게 되었습니다.

버려진 회화작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이성동 디자이너
버려진 회화작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이성동 디자이너

Q. 소재로 사용할 회화작품은 어떤 방식으로 수급하시나요?
시작 단계에서는 미대생들을 직접 만나기도 하고 소량으로 무료 기부를 받았어요. 그리고 관련 협회 관계자분들과 미대 교수님들께 자문을 구했지만, 당시 업사이클링 패션은 지금보다도 대중성과 인지도가 낮았고 작가를 육성하는 단계에서 학생들에게 작품 양도를 권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예술과 산업이 잘 결합된 사례로 얼킨이 인정받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오히려 학교나 작가분들이 먼저 연락 주시는 분들이 많아져 상호보완적으로 안정적인 수급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Q.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최대한 버리는 것 없이 많은 캔버스를 활용하고, 기존 회화작품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것에 지향점을 둡니다.

그리고 회화작품뿐만 아니라 컬렉션 주제별로 드레스, 낚시 의류 등 빈티지 의상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에코 소재 활용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이러한 업사이클링 제품에 따르는 상품성과 디자인에 대한 낮은 기대치를 상회하고자 더욱더 창의적이고 하이엔드적인 감성과 디자인, 튼튼한 내구성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환경과 예술의 지속가능한 선순환

업사이클링 제품 판매 수익으로 개최한 신진작가 전시회
업사이클링 제품 판매 수익으로 개최한 신진작가 전시회

Q. 작품을 양도한 회화 작가분들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 가신다고 들었어요.
저를 믿고 자신들의 작품을 기부해준 작가분들에게 뭔가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회화작품을 주시면 제가 새 캔버스를 제공해드리는 ‘캔버스 순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주기적으로 협업 전시를 개최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습니다. 그리고 업사이클링 제품들로 브랜드에 수익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는 작업 환경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수익의 일부를 로열티로 돌려드리고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얼킨캔버스’라는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 B2C 플랫폼을 통해 많은 작가님들과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고객과 아티스트를 연결해 커스텀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구조로, 기존의 업사이클링과는 또 다른 재능순환을 만들고 있죠.

이성동 디자이너는 예술과 대중의 간극을 줄이자라는 브랜드 철학을 기반으로 신진작가들의 습작 캔버스와 가공 후 남은 소량의 가죽을 모아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듭니다. 또 그들의 작품 가치를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그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환경과 동물, 사람 모두에게 더 나은, 아름답고 지속가능한 패션의 가능성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직접 컬렉션 디자인을 진행하며 패션을 통해 꾸준히 사회 이슈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이성동 디자이너

Q. 지난 21년 F/W 패션위크에서는 ‘도축’을 테마로 강렬한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테마 선정 계기와 컬렉션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궁금해요.
현시대의 패션 디자이너는 예쁜 옷을 디자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디자이너로서 올바른 가치관과 책임 의식을 가지고 더 나은 패션 산업을 위해 고민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매 컬렉션 테마를 선정할 때마다 사회적으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주제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도축’ 테마의 경우에는 조금 충격적인 경험이 계기가 됐어요. 어느 날 집에 가던 길에 잔인하게 도륙된 밍크 시체가 바닥에 쌓여 있는 걸 봤어요. 당시에 너무 놀라고 끔찍했는데, 그걸 그냥 넘겨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패션을 통해서 인간이 자연과 동물을 마구 훼손하는 실태를 보여주고, 그 행위의 대가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Q. 디자이너님이 꿈꾸는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인가요?
패션산업을 기준으로 본다면, 미래에는 다시 맞춤복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과거에는 필요한 의복을 맞춤식으로 해 입었는데 산업혁명 이후로 편의를 위해 천편일률적인 상품들이 대량생산되기 시작했어요. 동시에 불필요한 공급이 늘어났고, 결국 오늘날의 의류 폐기물 문제가 도래했죠. 그런데 점차 개성이 중요시는 사회적 흐름과 사이즈와 같은 개인화된 정보를 정밀하게 맞추는 기술 발전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루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성동 디자이너는 그의 열정이 숨 쉬는 패션이라는 언어로 세상에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업사이클링 제품을 필두로 사회적 가치를 담은 패션에 대한 이성동 디자이너의 지속가능한 도전을 응원하며, 한라그룹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예술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말하는 From Junk to Art, 한라그룹과 환경 아티스트가 전하는 지구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