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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From Junk to Art #4 박형호 편] 0칼로리 플라스틱 빵으로 쓰레기 다이어트 도전!

From Junk to art #4 박형호
0칼로리 플라스틱 빵으로 쓰레기 다이어트 도전!

크로플, 소금빵 등 끊임없이 등장하는 신상 빵을 위해 빵순이·빵돌이들은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으며 빵지순례의 길에 오릅니다. 최근에는 감자, 옥수수 등 지역 농산물을 재료로 만든 빵들이 많은 관심을 받으며 농가와 지역 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오늘 From Junk to Art에서는 계속해서 생산되는 지구의 아픈 특산물, 폐플라스틱을 재료로 빵을 만드는 플라스틱 제빵사 박형호 아티스트를 만나봅니다.

 

회사 그만두고 병뚜껑 주우러 다닌 청년

플라스틱 제빵사 박형호 작가가 정면을 응시하며 웃고 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플라스틱 제빵사 박형호입니다. 버려진 플라스틱 병뚜껑을 재료로, 여러가지 디저트 셰입의 신선한 수제 플라스틱 오브제를 만들고 있어요.

Q. 업사이클링 오브제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 인생 목표 중 하나가 서른 살 전에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내 것’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 목표를 좇다 보니 전기과로 진학했던 대학을 디자인과로 전향하기도 했고, 2년 정도 다니던 회사를 돌연 퇴사하고 창업에 뛰어들기도 했죠. 사실 당시에 ‘내 것’이 무엇이 될지도 모르고 창작에 대한 막연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홍콩에서 참여한 워크숍의 주제로 만난 것이 순환 경제였는데요. 그때 폐플라스틱, 환경 오염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체감하게 됐고, 업사이클링 아이디어 구상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플라스틱 와플 샘플
초기 플라스틱 와플 샘플

Q. 빵 모양으로 오브제를 만들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빵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요, 아이데이션 당시 함께 준비하던 친구가 요리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요리와 업사이클링 사이에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집에 있던 미니 오븐에 플라스틱 병뚜껑을 녹여보게 됐고, 베이킹 과정으로 플라스틱 성형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이후에 와플기계에 병뚜껑을 찍어보기도 하고, 실제 베이킹 몰드로 모양을 잡아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어요. 처음에는 베이킹이 서툴러 병뚜껑 모양이나 인쇄된 상표가 그대로 보이고, 밀도가 고르지 않은 빵이 나왔지만, 이제는 제법 먹음직스러운(?) 빵을 구워낸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제빵사로서 신메뉴에 대해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짜 빵도 좋아하게 됐어요.

플라스틱 베이킹 과정
플라스틱 베이킹 과정

Q. 플라스틱 베이킹에도 레시피가 있나요?
물론이죠. 베이킹에서 정확한 계량과 온도, 굽는 시간이 중요하듯이 플라스틱 베이킹도 똑같아요. 먼저, 밀가루와 각종 재료를 섞어 반죽하듯이 잘게 자른 플라스틱 조각을 배합해 반죽을 만들어야 해요. 이때, 빵 종류마다 타르트는 25g, 와플은 130g 등 빵마다 정해진 계량을 지켜야 결과적으로 완성도 높은 빵을 만들 수 있어요. 만든 반죽은 몰드에 담아 250도로 맞춰 둔 오븐에서 12~15분가량 구워 줘요. 마지막으로 프레스로 눌러 먹음직스러운 모양을 만들어주면 완성이에요.

Q. 작업 과정 중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플라스틱 제빵을 시작하던 시기가 코로나로 인해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던 때였는데요. 그만큼 플라스틱 분리배출과 재활용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지만, 페트병 뚜껑처럼 작은 플라스틱은 재활용 여부나 분리배출 방법에 대한 정보가 명확하지 않아 많은 사람이 헷갈려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수거한 병뚜껑에서 또다시 작은 플라스틱이 버려지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빵을 찍어낼 때부터 마감 완성도를 최대한 높여 추후에 다듬어 잘라내는 부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 먹은 음식도 다시 보자! 버려지는 모든 것이 새활용 소재

인센스 홀더, 트레이, 명함 꽂이, 코스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빵
인센스 홀더, 트레이, 명함 꽂이, 코스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빵

업사이클링에 사용될 재료 수급부터 작품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해내고 있는 박형호 작가.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자신의 활동이 지구환경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원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간다고 답합니다. 환경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박형호 작가의 겁 없는 도전과 거침없는 실천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플라스틱 빵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Q.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조금 더 많은 플라스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케이크와 같이 큰 빵 모양의 소품이나 가구를 제작해보려고 해요. 그리고 플라스틱 업사이클링뿐만 아니라 재활용이 어려운 쌀겨, 녹차잎, 송진, 수확 이후에 폐기되는 버섯 배지 등을 활용해 친환경 인테리어 타일이나 스티로폼 등을 제작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어요.

다양한 재료로 업사이클링 소재를 만들고 있는 박형호 작가

Q. 작가님이 꿈꾸는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의 지구는 수많은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혼란하고 복잡한 시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문제들 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단연 환경 문제이고요. 이미 오염된 환경이 짧은 기간에 쉽게 바뀔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다만 앞으로 사람들이 물건을 소비하고 폐기하기까지 지금보다 한 번은 다시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쓰레기가 줄고, 지금보다는 조금 더 깨끗한 지구가 되지 않을까요?

박형호 작가는 텀블러 하나 오래 쓰기, 불필요한 물건 소비하지 않기 등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을 강조합니다. 그가 말하는 환경 실천의 핵심은 쉽고 편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순환 경제를 향한 박형호 작가의 행보를 응원하며, HL 또한 우리 모두가 편리한 일상을 영유하면서 환경 보호를 실천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찾아 나가겠습니다.

예술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말하는 From Junk to Art
HL그룹과 환경 아티스트가 전하는 지구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