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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물류 배송의 자율주행화 실현될까?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을 놓고 업계가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자율주행차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명확한 출시 시기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자율주행 현실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데요. 어찌 된 영문인지 자율주행 트럭에 관해서 밝은 전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잘 나가는 자율주행 트럭, 대체 왜

우버 자율주행 사업부를 깜짝 인수하며 화제를 모은 오로라/(출처: 오로라)

자율주행 트럭 산업이 시장 내 두각을 나타낸 건 지난해 말부터입니다. 아마존, 현대차, 토요타, 덴소 등 글로벌 기업 전략적 투자를 받으며 주목받은 미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 이노베이션(Aurora Innovation)’이 우버의 자율주행 사업부를 인수한 것이 그 시작이었죠더 나아가 이들은 올해 7,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방식으로 연내 나스닥 상장 의사를 밝히며 시장의 파란을 예고했습니다

이어서 올해 4, 중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투심플(TuSimple)’이 자율주행 분야 최초로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습니다세계 처음으로 일반 도로와 고속도로에서 L4* 트럭 자율주행을 실현한 투심플. 이에 상장 전부터 만도, 나비스타, 엔비디아, UPS 등 굵직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는데요. 기업공개(IPO) 직후 80억 달러에 달했던 기업 가치가 단 3개월 만에 115억 달러로 치솟으며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L4: 국제자동차공학회(SAE)가 정의한 레벨 4 고등 자율주행 단계로, 대부분 도로에서 자율주행 가능  

연내 나스닥 상장을 예고한 플러스와 임바크트럭/(출처: 플러스, 임바크트럭)

고무적인 결과에 플러스(plus.ai)와 임바크트럭(Embark Trucks Inc) 등도 연내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후발주자의 지분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시장에선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벌써 옵션 구매를 통해 플러스의 지분 20%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얻었죠. 완성차 업체는 물론 IT 업체까지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에 앞다퉈 투자를 감행하고 있습니다.  

 

물류의 새로운 대안, 자율주행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자율주행 트럭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 북미 지역의 가장 핵심적인 운송 수단은트럭’입니다. 그 비중이 69%로 주요 운송 수단 중에서 가장 높은 편이죠. 국토가 광활한 북미 지역의 특성상, 트럭 운전기사는 하루 10 시간 이상 장거리 운전이 불가피합니다. 이로 인한 운전자의 과도한 피로 누적이 교통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미연방차량안전청(FMCSA)은 트럭 운전기사가 하루 14시간 이상 도로 위에 머물 수 없도록 규정했습니다. 또 그 범위 안에서 최대 11시간까지만 운전할 수 있도록 했죠. 규정된 최대 근로 시간에 도달하면 운전자는 반드시 10시간 이상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트럭 운전기사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70시간 미만으로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규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규정을 준수하며 운행할 경우, 트럭 운전기사가 과속을 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과속을 하지 않으면 전체 운송 기간이 늘며 운임 및 물류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죠

인력 부족도 심각합니다. 젊은 세대의 취업 기피 현상과 기성 트럭 운전자들의 은퇴가 맞물리며 인력 공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요. 미국트럭운송협회(ATA) 2026년까지 약 18만 명의 트럭 운전자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보다 시급성은 덜한 편입니다. 하지만 과로, 높은 노동강도 등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자율주행 트럭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죠. 이에 물류 업계는 자율주행 트럭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세 마리 토끼 잡는 자율주행 트럭

물류 트럭은 대게 이동 경로가 정해져 있습니다. 또 고속도로를 이동하므로 도심지보다 교통 상황 예측이 쉽고 내비게이션 가동이 수월하죠. 대부분의 도로가 고속도로인 미국의 경우, 자율주행 트럭 상용화로 높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자율주행 트럭을 이용하면 ‘안정성’, ‘효율성’, ‘경제성’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트럭은 24시간 논스톱 운행이 가능합니다. 또 사람 운전자와 달리 일정 속도로 빠르게 달리므로 운송 기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송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죠.

더 나아가 자율주행은 식품 쓰레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빠른 배송으로 신선도가 저하돼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도화된 자율주행 트럭은 군집 주행이 가능합니다. 여러 대의 트럭이 간격을 유지한 채 달리면, 공기 저항을 줄여 연비 개선 및 배출가스 저감을 기대할 수 있는데요.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운송이 가능해집니다.

 

시험대에 선 자율주행 트럭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합니다. 트럭이 24시간 달리기 위해선 낮과 밤 등 다양한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로가 텅 빈 새벽에 트럭이 달린다고 해서 자율주행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고 말한 순 없기 때문이죠. 이에 다양한 기업이 실제 화물 운송과 동일한 방식으로 자율주행 트럭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운전자 개입 없이 자율주행 트럭 주행에 성공한 코디악 로보틱스/(출처: 코디악 로보틱스)

미국코디악 로보틱스(Kodiak Robotics)’는 자사의 자율주행 트럭으로 인간의 개입 없이 고속도로 1,300km 구간을 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해당 구간은 교통 상황이 급변하기로 악명 높은 텍사스주 댈러스와 휴스턴 사이의 I-45 고속도로였는데요. 실제 도로에서 한차례 이탈 없이 주행에 성공하며 자율주행 트럭의 상업적 수익 창출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미국 물류기업과 자율주행 화물 네트워크 (AFN) 을 구축한 투심플/(출처: 투심플) 

투심플 역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2019년부터 글로벌 특송 기업 'UPS'와 제휴해 자율주행 트럭 시범 운송을 진행하고 있죠.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투산, 텍사스주 엘패소와 댈러스를 오가는 7개 루트를 통해 화물을 배송하고 있습니다. 투심플 측은 자율주행을 통해 UPS 유인 트럭보다 연료를 10%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파트너사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 투심플은 자율주행운송네트워크(AFN) 구축을 통해 2023년까지 미국 전역으로 자율주행 트럭 운행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물류의 새 시대를 열 자율주행 트럭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자율주행 트럭 시장은 2024년부터 연평균 22.4% 성장해 2030, 2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빠른 성장이 가능한 건 반대 세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측 때문인데요. 시장의 규모, 공급자, 정책 당국의 관점에서 이해관계자 간 큰 충돌 없이 자율주행 트럭이 도입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과연, 자율주행 트럭은 물류 서비스의 내일을 만들 수 있을까요? 배송의 자율주행화가 실현되는 그날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