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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한 입 모빌리티] 2025 LA 오토쇼에서 확인한 자율주행의 현실과 미래

HL Klemove IVS Lab 김현범 책임연구원

지난 11월, 로스엔젤레스 컨벤션 센터에서는 ‘2026 LA 오토쇼’가 열렸습니다. 북미 4대 모터쇼 가운데 하나이자, 1907년부터 1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LA 오토쇼는 북미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대형 모터쇼입니다. 동시에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벤트 중 하나죠.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내년에 판매될 신차와 전기차∙ SUV∙ 자율주행 기술 등 미래 모빌리티 트랜드를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기에 저 역시 방문 전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직접 현장을 찾아가 보니 과연 그 명성에 걸맞게 지금 자동차 산업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를 눈 앞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SUV 중심의 전시 구성, 라이프스타일이 기술을 규정하다

입구에서 QR 코드를 스캔하고 안으로 들어서자 포르쉐, 테슬라, 포드, 루시드 등 글로벌 브랜드의 로고가 동시에 시야에 들어왔는데요. 이를 보니 ‘아, 드디어 LA 오토쇼에 왔구나’ 하고 실감했습니다.

올해 LA 오토쇼에서 가장 먼저 체감한 특징은 단연 SUV와 오프로더 중심의 전시 구성이었습니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는 물론 도요타, 포드, 폭스바겐, 쉐보레, 포르쉐 등 대부분의 글로벌 브랜드가 주력 전시 차량을 모두 SUV로 가져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특히 지프(Jeep)와 포드 브롱코(Ford Bronco)는 실내 오프로드 체험존을 운영해 시승을 위한 긴 대기줄을 만들었습니다.

지프의 오프로드 시승 코스

실내 오프로드 체험존은 급경사, 요철, 록크롤링을 간소화한 코스에서 차량의 구동력과 차체 제어를 체감하도록 구성됐는데, 관람객이 직접 느끼는 신뢰감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시에 캘리포니아 특유의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이 차량 선택 기준과 기술 방향성을 함께 끌고 간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SUV가 이제는 단순한 차종이 아니라 ‘일상과 여가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된 만큼, 완성차 뿐 아니라 자율주행과 제어 기술 역시 지역 특성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현지화 전략이 필수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지프의 오프로드 시승 체험 모습(시승차 안에서 촬영)

새로움과 혁신, 자율주행 생태계

전시장에서 많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 모델 중 하나는 현대차와 웨이모(Waymo)가 협업해 제작한 아이오닉5 로보택시었습니다. 이 차량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자율주행이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는데요. 완성차와 테크 기업의 협업이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드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텐서(Tensor)의 레벨 4 개인용 로보카(Robocar) 전시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Tensor

로보택시가 아니라 “내가 사서 쓰는 개인용 L4 자율차”를 표방하는 첫 사례라고 합니다. 텐서 로보카는 “세계 최초 개인용 레벨 4 Robocar”를 표방하면서, 차체 전반에 100개 이상의 센서를 배치했습니다. 100개의 센서 중 자율주행 인식과 주행에 관련된 센서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          카메라 37대

•          라이다 5개

•          레이더 11개

•          초음파 센서 10개

소프트웨어는 E2E AI, Tensor Foundation Model 기반의 멀티모달 LLM을 적용하였고, 이를 Agentic AI 프레임워크로 구성해 차량이 “인지–판단–행동”을 스스로 수행하는 구조라고 강조했습니다.

쉽게 말해 사용자는 음성/제스처/스크린을 통해 자연어로 차량에 요청을 하고, 차량은 그에 맞는 응답을 하고 자율주행을 하는 건데요. 실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Tensor는 2026년 하반기부터 유럽과 미국 일부 지역 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 이상 연구용 데모가 아니라 실제 판매 일정을 공개했다는 점은 현재 자율주행 산업의 속도와 현실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Tensor

자율주행 패널 토론: “기술 데모보다 운영과 비즈니스가 더 중요하다”

오토쇼 기간 중 진행된 자율주행 패널 세션에는 아쉽게도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공개 자료를 통해 주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Lyft, Zoox(로보택시), Honda, Kodiak Robotics(자율주행 트럭)가 참여해 각 사의 현실적인 고민과 현행 운영 경험을 공유했고, 자율주행 산업의 현재 위치와 다음 단계를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준 자리였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laautoshow.com

Kodiak Robotics
“자율주행은 더 이상 연구실의 화두가 아니다. 이미 실제 트럭 플릿을 운영 중이다.”

텍사스–애리조나 구간 등에서의 상용 운행 사례를 바탕으로, 운영 데이터에 근거한 신뢰성 확보가 핵심 경쟁력임을 강조했습니다.

 Honda
“주마다 규제가 제각각이라 모든 지역을 최적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술 성숙도만으로는 확산이 어렵고, 제도·정책·지역별 규제가 스케일의 속도를 좌우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패널들의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새로운 기술 데모 하나보다 실제 운영과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더 중요하다”라는 것이죠. 이에 따라 Tier 1 부품사는 단순 공급을 넘어, 운영을 전제로 한 기능과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치며…. LA 오토쇼가 보여준 미래 모빌리티

2025 LA 오토쇼는 단순히 ‘전기차·자율주행·SUV 트렌드를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모빌리티 산업이 지금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이동하고 있고, 그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현실적으로 우리 앞에 와 있는지를 직접 느끼는 곳이었습니다. 기술이 서비스로 확장되고, 협업 방식이 재편되고, 운영 중심의 논리가 점점 산업의 중심에 놓이는 흐름은 전시된 차보다 더 큰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개발자로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HL이 어떤 기술과 전략으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따라갈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었는데요. LA 오토쇼에서 보낸 시간은 단순한 참관이 아니라 앞으로 HL이 준비해야 할 방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 소중한 계기였습니다. 업계가 이미 움직이고 있는 미래의 모습 속에서 HL이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 중요한 숙제 하나를 받아온 기분이었습니다.

오토쇼가 남긴 세 가지 핵심 인사이트

마지막으로 이번 LA 오토쇼에서 얻을 수 있었던 핵심 인사이트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시장은 이미 ‘SUV/오프로더 중심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했다.
→ 지역 특성에 맞춘 기술·성능·경험 설계 필수

2)    완성차-테크 기업 간 생태계 협업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 기술 중심 협력이 아니라 플랫폼, 서비스 중심 전략 일반화

3)    Tier 1의 역할도 ‘부품 → 기능 및 서비스’로 확장될 것이다.
→ OTA, 예측진단, 기능 구독 등 서비스형 비즈니스 모델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