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uthor’s Note
HL만도의 안전한 Steer-by-Wire 조향 시스템 개발을 위한 노력을 소개해 드릴 구태윤 책임연구원입니다.
본 연구는 25년 독일 ATZ Chassis Tech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바 있습니다.
운전대와 바퀴 사이의 기계적 연결을 끊고 전기 신호로 조향하는 Steer-by-Wire(SbW) 기술은 단순한 편의를 넘어, 자율주행과 실내 디자인의 혁신을 위한 필수 과제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렇게 질문하십니다. "물리적 연결이 없는데,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고장이 나면 정말 제어가 가능한가요?" 저희 연구팀은 이 의구심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 스웨덴의 혹한기 테스트장을 찾았습니다. 마찰력이 거의 없는 극한의 환경에서 HL만도의 SbW가 어떻게 안전을 지켜내는지 그 생생한 검증 기록을 공유합니다.
1. HL만도 SbW의 자부심 : 'Steerite®'의 진화

HL만도의 SbW 기술인 'Steerite®'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수년간의 데이터와 경험이 축적된 결정체입니다.
- 2017년: 세계 최초로 이중화(Redundant) 아키텍처를 적용한 R-EPS 양산(SOP)에 성공했습니다.
- 2021년: CES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 현재: 2024년 9월 기준, 총 147,000km에 달하는 공도 주행 데이터 (Vehicle A: 104k, B: 19k, C: 24k)를 확보했습니다. 이는 지구 세 바퀴 반을 넘는 거리로, 어떤 도로 환경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신뢰성을 쌓았음을 의미합니다.
2. 멈추지 않는 시스템 : 완벽한 이중화 (Redundancy)
기계적 연결이 없는 SbW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용성(Availability)', 즉 어떤 상황에서도 시스템이 죽지 않는 것입니다. 저희 시스템은 단일 고장(Single Failure) 시에도 정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완전한 이중 설계를 적용했습니다.


- 전원 및 통신 이중화Dual Power & Comm: 배터리(BAT1/2)와 통신 라인(Public CAN, Private CAN 1/2)을 모두 두 개씩 배치했습니다. 한쪽 회로에 문제가 생겨도 즉시 다른 쪽이 역할을 이어받습니다.
- Dual-Winding Motor: 모터의 심장인 권선을 두 개로 나누었습니다. 만약 한쪽 모터 권선에 고장이 나더라도, 나머지 하나가 전체 출력의 50%를 유지하며 운전자가 안전한 곳으로 차를 옮길 수 있도록 돕습니다.
3. 왜 '저마찰(Low-Friction)' 노면인가?
마른 아스팔트에서의 성능은 기본입니다. 진정한 안전은 최악의 조건에서 증명되어야 합니다.
- 표준과 규제의 충족: 기능 안전 표준인 ISO 26262 Part 4 (Clause 8.4.1.3)는 "시스템 특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환경 변수(Variance)"를 검증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현실적인 시나리오: 한국 도로교통법상 눈길/빙판길에서는 50% 감속 주행을 권고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Real-life condition’을 반영하여, 미끄러운 노면에서 고장이 발생했을 때 차량 거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정밀하게 분석했습니다.
4. 극한의 테스트 필드: 스웨덴 아르예플로그(Arjeplog)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두 가지 특수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 스웨덴 윈터테스트 시험장: 자연 상태의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에 DIN 70065 표준 규격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반경 100m 원 선회로 및 18m 간격 슬라롬 구간)

- 인공 저마찰로 (Ceramic Road): 날씨의 영향을 배제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반복 검증하기 위해, 세라믹 코팅으로 마찰력을 일정하게 낮춘 특수 도로를 활용했습니다.
5. 테스트 결과: 빙판길이 주는 역설적인 안전성
DIN 70065에서 정의한 11가지 고장 패턴을 주입하여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조향 입력의 변화 :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운전자가 평소보다 더 많은 각도로 핸들을 돌려야 차가 반응합니다.

- 차량 반응 둔화 (Natural Cap): 역설적이게도 빙판길에서는 타이어가 미끄러지기 때문에, 마른 노면보다 차량의 급격한 회전(요레이트)이나 쏠림(횡가속도)이 덜 발생합니다. 노면 자체가 물리적인 한계치(Natural Cap) 역할을 하여 거동이 다소 둔화되는 특성을 보였습니다.
- 최종 판정: 전 항목 C0 등급 획득
- 모든 테스트 케이스(No.1 ~ No.11)에서 차량의 횡가속도 변화량(Δ𝑎ᵧ)과 요레이트 변화량(Δ𝜓)은 ISO 19725 표준의 허용 기준치(Reference Data) 이내로 들어왔습니다.
- 전문 드라이버의 정성 평가 결과에서도 전 항목 'C0 (Controllable in general, 일반 운전자도 충분히 제어 가능함)' 등급을 획득하며, 저마찰 노면에서도 SbW의 안전성이 견고함을 입증했습니다.
마치며: 기술을 넘어 '안전의 기준'을 세웁니다
Steer-by-Wire(SbW) 기술의 본질은 단순히 스티어링 휠과 바퀴 사이의 물리적 연결(칼럼)을 없애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율주행 시대에 운전대를 수납하여 실내 공간을 혁신적으로 재구성하고(Stowable Steering), 도로의 거친 진동을 걸러내어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등 ‘이동의 자유’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혁신의 전제 조건은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변치 않는 신뢰’에 있습니다.
빙판길 위의 데이터가 확신이 되기까지
우리가 영하 30도의 혹독한 스웨덴 빙판길 위에서 수천 번의 고장 시나리오를 반복하며 데이터에 매달린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가장 가혹한 환경에서 안전함을 증명해야만, 비로소 일반적인 도로 위에서 운전자가 누릴 '안전 마진(Safety Buffer)'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연결되어 있지 않아 불안하다"는 의구심을 "연결되어 있지 않기에 더 스마트하고 안전하다"는 확신으로 바꾸는 과정, 그것이 바로 HL만도 연구원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기술적 가치입니다.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는 HL만도의 저력
HL만도는 단순히 국제 표준을 따르는 것을 넘어, ISO/DIS 19725 및 DIN 70065와 같은 글로벌 안전 기준을 직접 정립해 나가는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립한 검증 프로세스와 데이터가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준수해야 할 '교과서'가 된다는 자부심으로, 오늘도 가장 까다로운 안전 기준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안전, 그 이상의 연결
미래 모빌리티 세상에서 조향 시스템은 운전자의 의도와 차량의 움직임을 잇는 가장 중요한 인터페이스입니다. HL만도의 'Steerite®'는 보이지 않는 전기 신호 속에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과 실차 테스트로 다져진 안전 철학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철저한 이중화 설계와 극한의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는 제어 성능을 바탕으로, HL만도는 가장 안전한 SbW 솔루션을 통해 전 세계 운전자에게 새로운 차원의 이동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우리의 도전이 멈추지 않는 한, 미래 모빌리티의 안전 기준은 언제나 HL만도가 시작한 그곳에서부터 정의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