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 기준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12~15개월 수준으로 압축된 개발 일정, 실시간으로 바뀌는 고객의 요구, 그리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로컬 경쟁. 한때 낯설었던 ‘China Speed’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HL만도 China는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무관심은 경계로, 경계는 위기의식으로 바뀌었고, 마침내 조직 전체가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개발 프로세스의 판을 바꾸고 의사결정의 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고객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R&D부터 생산까지 완결짓는 강력한 현지화 생태계를 구축해 냈죠.
시장을 따라가는 Fast Follower를 넘어, 시장을 먼저 움직이는 First Mover로. HL만도 China Region을 총괄하는 박영문 사장을 만나, 치열한 대륙의 경쟁을 돌파하는 현지 법인의 혁신 전략과 2030년의 청사진을 들었습니다.
SECTION 1. China Speed에 대응하는 법
Q1.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전동화와 SDV 전환이 가장 빠른 치열한 격전지입니다. 'China Speed'와 무한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HL만도 China가 업무 방식이나 개발 프로세스에서 가장 과감하게 혁신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China Speed’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24년 말, 처음에는 저희도 반신반의했습니다. 1년짜리 초단기 프로젝트가 들어와도 일시적인 현상일 거라 여겼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속도는 늦춰지지 않았고, 기존의 순차적인 개발 프로세스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시장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명확해졌습니다.
저희가 선택한 해법은 단순히 ‘개발 기간’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제품부터 협업 구조까지 전반적인 체질을 뜯어고치는 것이었습니다. 그 핵심이 바로 ‘병렬형 개발 방식’으로의 전환입니다.
순차적으로 해야 할 일과 선행해서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을 철저히 구분했습니다. 긴 리드 타임이 필요한 업무는 게이트 리뷰(Gate Review) 이전이라도 유관 부서가 함께 판단해 선제적으로 착수하죠. 나아가 HQ(본사)와 China가 ‘One-Team’이 되어 마스터 모델을 동시에 개발함으로써, IDB2, SDC 등 글로벌 톱티어 사양을 중국 시장에서 먼저 선보이는 쾌거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병렬 개발은 그저 여러 일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고객·협력사·R&D·구매·품질 등 전 조직이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빠르게 판단해야 하니까요. 결국 China Speed에 대응하는 진짜 경쟁력은 단순한 ‘개발 속도’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함께 판단하고 움직이는 속도와 소통의 밀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2. 스마트 섀시(EMB, SbW 등) 기술 상용화가 가장 적극적인 중국 시장에서, 수많은 로컬 및 글로벌 경쟁사를 제치고 고객이 ‘HL만도’를 선택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무기는 무엇입니까?
중국에서의 수주 경쟁력은 뛰어난 단일 기술 하나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Technology, Speed, Quality, Localization을 하나의 완벽한 실행 체계로 묶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죠.
구체적으로 저희에겐 세 가지 차별화 포인트가 있습니다. 첫째, 선도적인 ‘레퍼런스(Reference)’입니다. 북미 자율주행 선도 기업의 제어 레퍼런스와 중국 최대 모빌리티 기업의 SbW(Steer-by-Wire) 개발 경험은, 신기술 상용화를 주저하는 고객들에게 아주 강력한 신뢰의 무기가 됩니다. 둘째, ‘로컬 기술 얼라이언스’입니다. 중국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과의 긴밀한 PoC 협력을 통해 타 Tier 1 경쟁사들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비즈니스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이 바로 ‘빠른 의사 결정’입니다. 신기술 적용 순서가 ‘미국∙유럽 → 중국’에서 ‘중국 → 미국∙유럽’으로 뒤바뀐 작금의 현실에서, 글로벌 수준의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고객의 의사결정 속도에 맞춰 현지에서 즉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민첩성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무기라고 자부합니다.
SECTION 2. Localization & AI Innovation : 중국에서 완결하는 경쟁력
Q3. 'China On-Site SW 전진기지' 등 R&D 영역까지 완전한 현지화(Stand Alone)를 추진하고 계십니다. 개발부터 생산까지 100% 현지 완결 시스템이 고객에게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주고 있나요?
저희가 정의하는 현지화는 단순히 ‘중국에서 부품을 생산한다’는 개념보다 훨씬 넓고 깊습니다.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요구를 이해하고, 개발하고, 검증하여 생산까지 꿰뚫는 ‘통합된 완결 체계’를 의미하죠. 과거처럼 현장의 요청을 본사로 전달하고 수차례의 의사결정을 거치는 낡은 구조로는 초단위로 변하는 중국 시장을 절대 잡을 수 없으니까요.
이를 위해 출범한 ‘SW Lab China’는 현재 100명 이상의 규모로 확대되어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대응 역량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본사에 100% 의존하지 않고 현지에서 자체 SW 역량을 갖추어 고객과 초기 단계부터 직접 소통함으로써 리드타임과 커뮤니케이션 갭을 극단적으로 줄였죠.
최근 중국 로컬 파워팩 업체와의 R-EPS 협업은 그 생생한 결실입니다. 만도 내부 자원으로만 개발한다는 패러다임을 깨고, 현지 파트너와 하드웨어∙전장∙소프트웨어 기능을 나누어 단 8개월 만에 초단기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습니다. 철저히 현지화된 ‘Fast Development 프로세스’가 완벽히 내재화되었음을 증명하는 결과물입니다.
Q4. 최근 Field Data의 EDER(조기 결함 탐지) 식별과 G-QMS 연동을 통해 품질 이슈 대응을 5일에서 1일로 단축하는 등 AI·데이터 기반 품질관리를 강력히 추진 중이십니다. 현장에 선제적으로 이를 도입하신 궁극적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많은 구성원들이 AI나 DT(디지털 전환)라고 하면 막대한 투자와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진짜 혁신(AX, AI Transformation)은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현장에 데이터가 존재하고 개선 효과가 분명한 ‘작은 반복 업무’를 뜯어고치는 데서 시작됩니다.
과거에는 여러 시스템과 담당자의 개인적 경험에만 의존해 품질 문제를 식별하느라 통상 5일씩 소요됐습니다. 이를 데이터 기반으로 촘촘히 연결하자 단 하루 만에 이슈 판단이 가능해졌죠. 하지만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시간 단축’이 아닙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은 AI가 사람을 '대체(Replace)'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AI와 데이터가 리스크를 먼저 찾아내어(Predict) 우리 구성원들이 더 고차원적인 '문제 해결'에 온전히 집중하도록 돕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이러한 작은 성공들이 쌓일 때 비로소 구성원들은 “AI는 당장 내 업무에 쓸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고 느끼게 됩니다. 품질 관리에 융합된 이 체감이야말로, 조직 전체로 AX를 확산시키는 가장 중요한 트리거(Trigger)가 될 것입니다.
SECTION 3. Future Business :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Q5. 중국은 자동차뿐 아니라 로봇 산업 생태계를 선도하는 국가로도 꼽힙니다. 섀시 부품에서 축적한 정밀 제어 기술이 새로운 먹거리인 '로봇 액추에이터' 생태계 진출 시 어떤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요?
현재 로봇 산업은 실험실 수준을 벗어나 소량 양산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로봇 시장이 본격적인 대량 양산(Scale Up)시대로 진입할 때 가장 치명적인 허들은 바로 ‘통계적 품질 관리’와 ‘장기간의 흔들림 없는 생산성’ 확보입니다. 그리고 이 영역은 저희가 글로벌 섀시 비즈니스를 통해 이미 완벽하게 마스터한 무기입니다.
로봇의 핵심은 사람이 원하는 움직임을 얼마나 빠르고 정밀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구현하느냐에 있습니다. 자동차의 안전 필수 제동∙조향 제어 기술과 본질적으로 완벽히 맞닿아 있죠.
여기에 더해, 저희는 중국이라는 치열한 시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로컬 고객들의 스피드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현장의 문제를 돌파해 온 ‘고객 대응 경험’까지 깊게 축적되어 있습니다. 로봇 부품의 거대한 소싱 풀(Sourcing Pool)을 쥐고 있는 중국 현지 밸류체인과 HL만도의 자동차급 기능 안전/양산 품질 역량, 그리고 특유의 민첩성이 하나로 융합된다면 다가올 로보틱스 하드웨어(Actuator) 시장에서 거대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입니다.
SECTION 4. Leadership & Future Vision : 오각연대가 만드는 2030
Q6. 시장의 속도가 빠를수록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실행력이 생명입니다. 평소 강조하시는 "남 탓하지 않는 문화, 경계를 넘는 오픈마인드 협업"이라는 리더십 철학이 현지 조직을 어떻게 바꿔놓았나요?
과거 중국 현지 조직은 각자의 R&R 경계선에 매우 민감한 특성이 있었습니다. 특정 개인이나 한 부서가 결코 모든 문제를 홀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시장 환경임에도 말이죠.
그래서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를 따지기보다 ‘해결책’을 함께 찾는 노력을 리더인 저부터 솔선수범하려 애썼습니다.
남을 탓하지 않으면 변명을 하지 않게 되고, 변명이 사라지면 비로소 미래지향적인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조직 간의 벽을 부수고 영역을 없애기 위한 헌신은 놀라운 결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최초 사양인 SDC 프로젝트에서 영업∙연구소∙생산∙품질∙구매 부문이 부서 간 경계를 완벽히 허문 ‘오각연대(五角連帶)’를 이루어 단 14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양산해 낸 것이 대표적입니다. 서로의 단점보다 장점을 보고 이해하는 문화, 이것이 험난한 시장 환경을 돌파하는 가장 든든한 조직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Q7. 끝으로, 시장을 리딩하는 'First Mover'로서 사장님께서 궁극적으로 완성하고 싶은 China Region의 청사진이 궁금합니다.
마치 롤케이크처럼 좁은 공간 안에서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치열하게 이전투구하는 작금의 중국 자동차 시장을 현지에서는 ‘네이주앤(内卷, Involution)’ 이라고 부릅니다. 이 가혹한 상황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HL만도는 늘 위기를 기회로 뒤집는 끈질긴 저력을 증명해 왔습니다.
우리가 달성할 정성적 미래 청사진(Purpose)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성적 미래 청사진 (Purpose)]
- 완전한 현지화 (In China, For China): 현지인(현채인) 리더가 중심이 되어 독자적으로 자율 운영되는 진정한 로컬 생태계 완성
- 패러다임 전환: 단순한 해외 진출 법인(HL만도 중국)을 넘어, 현지 시장 생태계에 가장 완벽하게 동화되고 인정받는 '중국 HL만도'로의 진화
안타깝고 험난한 시장 환경에 결코 두려워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정면으로 도전하겠습니다. 2030년, 중국 시장에서 스스로 치열하게 버텨낸 경쟁력을 바탕으로,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가장 거침없는 First Mover로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겠습니다.
Outro
중국 시장에서 ‘빠른 변화’는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 속에서 HL만도 China가 선택한 것은 단순히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를 통째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기술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조직의 경계를 넘어 함께 움직이며, 현지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
결국 China Speed를 넘어서는 힘은 ‘속도’ 그 자체가 아니라, 변화에 먼저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의 힘’에서 시작됩니다.
중국에서 만든 경쟁력을 글로벌로 확장하며, 시장을 따라가는 Fast Follower가 아닌 First Mover를 향한 HL만도 China의 거침없는 도전은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