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2026년 모빌리티 시장은 이제 '구체화와 가속'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전기차의 대중화부터 AI와 결합한 자율주행, 그리고 로보틱스로의 확장까지. 변화무쌍한 모빌리티 시장 흐름을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여러분께 알기 쉽게 쏙쏙 짚어드려요.

2026년, 캐즘을 넘어 드디어 미래 모빌리티 시대로
2025년처럼 예측하기 어려웠던 해도 없었습니다. 지난 몇 해를 대변하는 ‘캐즘(Chasm)’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자동차 및 모빌리티 시장이 새로운 단계로 전환하는 것 자체에서도 쉽지 않다는 것을 느껴왔습니다. 그런데 세계를 휩쓴 보호 무역 조류 등의 불안정은 미래로의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현실을 선택하게 했습니다. 전동화 전략을 전면 취소하거나 연기시킨 자동차 브랜드들이 그랬듯이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2026년의 자동차 모빌리티 시장은 어떨까요?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구체화와 가속’일 것입니다. 세계 무역과 정세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되었습니다. 그것이 좋은 방향인지 아닌지는 시장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방향을 예측할 수만 있다면 그에 따른 소비 및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몇 가지 중요한 장면을 우리는 이미 목격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6년 자동차 및 모빌리티 시장이 어떻게 발전할까를 예측해 보겠습니다.
전동화 모빌리티, 다양성과 함께 대중 속으로
여러가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세계 전기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중입니다. 작년에도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성장하였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전기차에 제공되던 최대 7500달러의 세금 크레딧을 지난 9월부터 없애고 중국 전기차의 미국 수입을 봉쇄하면서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 나라 전기차 시장은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우리 나라는 작년에 전기차 시장이 약 52% 성장하여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2025년은 우리 나라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가 22만대 이상 판매되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0%를 처음으로 넘긴 해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작년 우리 나라 전기차 시장을 이끈 요인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기아 EV3, 캐스퍼 일렉트릭 등 대중형 전기차의 판매가 큰 폭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즉, 전기차가 드디어 캐즘의 벽을 넘어 대중 시장으로 진입한 것입니다. 두번째는 테슬라의 약진입니다. 테슬라는 서유럽과 중국에서, 그리고 안방인 미국에서도 탈 전기차 분위기 때문에 고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작년에 6만대를 넘기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하였습니다. 특히 모델 Y는 국산 모델을 제치고 전기차 전체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중국입니다. 테슬라의 베스트셀러인 모델 Y와 모델 3가 중국산인 것처럼 이미 중국산 전기차는 우리 나라에 많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다만 유럽 및 미국 브랜드의 이름으로 소위 ‘국적 세탁’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하지만 작년에는 BYD가 드디어 자기 이름을 단 최초의 중국산 승용차로 우리 시장에 진입하였고 씨라이언 7은 수입 전기차 3위로 시장에 안착하였습니다. 더 이상 국적 세탁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렇듯 2025년 전기차 시장의 반등을 이끌었던 테마를 다시 요약한다면 ‘주류 시장 진입’일 것입니다. 5천만원 이하의 실구매 가격을 가진 모델들이 많아졌고, 테슬라같은 브랜드 파워까지 더해지고, 가성비가 우수한 중국 브랜드의 모델들이 가세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는 올해에도 더욱 강해질 예정입니다. 테슬라가 새해 벽두부터 주요 모델의 가격을 300~1000만원이나 인하한 것이 시작입니다. 그리고 지커 등 중국 브랜드들도 더 많이 우리 시장을 노크합니다. 작년말에 출시된 EV5는 대중형 패밀리 전기 SUV 시장으로 대중형 전기차 시장을 확대할 것입니다. 곧 출시될 스타리아 전기차는 시내에서 주로 운용되는 학원차, 유치원차와 같은 특화 시장에서 도시의 대기 환경 보호에 특화된 모델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위한 보조금 구간도 따로 마련되었을 정도이니까요.
하나가 더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전기차 판매 통계’에는 숨어 있는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순수 배터리 전기차의 통계를 주로 사용하는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충전할 수 있는 전기차, 즉 플러그인 전기차를 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 뿐만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와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포함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PHEV가 있었습니다. 초창기에는 보조금도 500만원이나 지급되었죠. 그런데 BEV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하여 PHEV 보조금을 삭제하고 국내 출시 모델들도 일부 수입차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해외에서는 국내 브랜드의 PHEV 모델이 있는데, 정작 국내 시장에서는 살 수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던 겁니다.
그런데 어쩌면 2026년에 우리는 국산 PHEV 혹은 EREV 모델을 구입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현대차가 개발하고 있거든요. 주력 시장은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진 북미 시장이겠지만 우리 나라 시장에서도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순수 전기차로 직행하기 꺼려지는 고객들에게 훌륭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BYD도 이미 갖고 있는 다양한 PHEV 및 EREV 모델의 국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2026년의 전기차 시장 – 정확하게는 전동화 시장 – 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원동력은 다양화, 그리고 넓어진 선택의 폭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에 이야기할 자율 주행과 같은 첨단 기능은 고도의 정보 처리 능력을 요구하므로 자동차의 전동화는 피할 수 없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자율주행, 비로소 모빌리티의 의미를 실현하다.
작년 4분기에 우리 나라에 도입된 테슬라 FSD와 GM의 슈퍼크루즈는 충격이었습니다. 물론, 말로는 많이 들었었고, 해외에서 체험해 본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두 손을 놓고 우리 나라에서 돌아다니는 차를 직접 경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비록 FSD나 슈퍼크루즈를 경험할 수 있는 모델이 한미 FTA와 최근의 한미관세협정에 혜택을 보는 미국산 모델로 제한되어 1천매 미만이기는 하지만 그 충격은 대단했습니다.
현재로서는 미국 안전도 형식승인 서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미국산 자동차만이 일정 조건 아래에서 운전대를 잡지 않고 주행할 수 있는, 즉 ‘핸즈 오프’ 운전이 허락됩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같은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국내 법규에 따라야 하는 국산차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역차별이지요.

따라서 부분 자율 주행에 대한 국내 법규도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한국도로공사가 테슬라 FSD 적용 차량을 이용하여 테스트를 시작한 것이 그 출발점이 될 듯합니다. 고속도로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전방 차량 인식은 무난했지만 버스 전용 차로를 이용하여 추월을 시도하는 등 국내 도로 교통법에 대한 인지 수준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흡한 점은 도로 주행 데이터가 축적되면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데이터 축적량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고도화로 직결되는 엔드-투-엔드(E2E) 방식이 테슬라 FSD를 포함한 최근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의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국내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샤오펑(XPeng)도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의 강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테슬라 FSD와 유사한 E2E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별도의 고정밀 지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레이더와 라이다를 사용하는 등 센서 퓨전 방식을 사용하여 센서 정보의 신뢰도가 높다는 차별성을 갖습니다. 또한 대형 언어 모델을 바탕으로 하는 샤오펑의 XBrain은 논리적 추론으로 복잡한 도심 주행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일 국내 법규가 허락한다면 현재 자율 주행 기술을 이끌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대표 주자가 우리 나라 도로 위에서 진검 승부를 벌이는 모습을 직관할 수도 있는 2026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 모빌리티 업계는 가만히 있을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연구 개발 조직에 큰 변화를 겪은 현대자동차그룹은 꾸준히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의 연구 개발과 시제품 출시를 금년에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27년에 레벨 2+ 수준의 부분 자율 주행 자동차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현대모비스나 HL클레무브는 자율주행 플랫폼과 통합 시스템을 제공하는 전문 기업으로 발전하였고 더욱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자율 주행 전문 중소기업들도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영역이 상용차 부문입니다. 장거리 운송, 미들마일,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등 특화된 영역에 따른 독자 완성 모델 또는 자율 주행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이미 1000만 킬로미터 이상의 누적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는 등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기업으로는 마스오토, 라이드플럭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등이 있습니다.
이렇듯, 2026년은 국내 시장에서 고도화된 자율 주행 자동차를 만날 수 있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자율 주행 자동차는 바퀴 달린 로보트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죠. 자동차가 모빌리티 디바이스로 영역을 확장하는 논리적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동차, 이제는 ‘움직이는 AI’로
작년 경주 APEC 기간에 커다란 뉴스가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엔비디아가 우리 나라에 26만장의 GPU를 공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엔비디아가 우리 나라에 GPU를 공급하는 목적은 ‘피지컬 AI’였습니다. AI 소프트웨어 개발의 두뇌인 GPU는 엔비디아가 공급하지만 인공지능 구동에 중요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광대역 메모리는 우리 나라가 독점적입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는 제조업 기반이 완벽한 선진국이며 자동차와 모빌리티 디바이스 등 온 디바이스 AI를 적용할 단말기에서도 세계적 강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앞에서 자율 주행 전문 중소기업들이 자율 주행 상용차 솔루션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노선을 반복 주행하는 상용차는 제한적 자율 주행인 레벨 3가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상황이고, 최종 배달을 담당하는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는 인공지능으로 작동하는 로봇의 한 가지 형태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자동차 산업은 자율 주행과 인공 지능을 통하여 자동차를 포함한 모빌리티 디바이스로 영역을 확장하며 로보틱스와 공존할 것입니다. 작년 2025이 AI 발전의 3단계인 에이전트 AI의 시대였다면 올해 2026년은 피지컬 AI 단계와 혁신가 AI의 4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인공지능의 통합은 자연스러운 플랫폼의 형성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유튜버 ‘노땅’의 테슬라Grok 업데이트 리뷰
얼마 전 그록(Grok)이 탑재된 테슬라가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하여 주행 경로를 설정하는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필자인 나도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하여 제미나이와 자연어로 대화하면서 학습하고 자료를 조사하는 플랫폼으로 자동차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동차에서 인공 지능과 함께 가장 빠르게 발전할 분야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일 것입니다. 캘린더의 내용에 따라 경로를 설정하고 주차장을 예약하는 등의 컨시어지 서비스는 물론, 내 표정과 시선을 인식하여 더욱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멀티모달 인터페이스 등이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전 세계의 시선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6 현장에 쏠려 있습니다. HL그룹 또한 ‘Intelligence in Action'이라는 슬로건 아래, 자동차를 넘어선 AI와 로보틱스의 결합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CES에서 목격한 2026년 모빌리티의 향방은 단순한 이동 수단의 진화를 넘어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꾸는 '지능형 디바이스'로의 확장이었습니다.
[Insight Summary]
#1 전동화, 주류로 들어서다
#2 자율주행, 실험은 끝났다
#3 자동차, 움직이는 AI로 진화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기고문으로, HL그룹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