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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The Navigator : HL의 시선] EP.03 글로벌 최전선의 야전사령관, ‘기본’의 힘으로 전장을 누비다

30년 커리어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낸 리더가 있습니다. 인도에서만 14년, 유럽까지 포함하면 그의 경력은 대부분 ‘현장’에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도전을 주저하던 시장이었지만, 오세준 부사장은 그곳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인도 법인 부임 시절, 환율 위기 속에서 국산화를 밀어붙이며 사업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유럽에서는 원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조직 전체를 설득해야 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야전사령관’이라 표현했습니다.
전략보다 실행, 지시보다 설득이 익숙한 리더였습니다.

HL만도의 글로벌 전략이 ‘현지 중심’으로 진화하는 과정에는 그의 선택이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답을 만들어온 오세준 부사장의 이야기를 살펴보시죠.

SECTION 1. Market Insight : 글로벌 전장을 누빈 리더의 증언

Q1. 인도에서 14년간 근무하시며 본사와 현지의 충돌을 많이 겪으셨을 텐데, 가장 과감했던 ‘현지화 결정’은 무엇이었습니까?

가장 과감했던 결정은 인도 내 부품 국산화였습니다. 2014년 부임 당시, 환율 급등으로 수입 부품 원가가 폭등하며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웠습니다. 당시 인도 부품 산업은 미성숙해 품질 리스크도 컸죠. 국산화를 하면 품질이 걱정이고, 하지 않으면 비용 때문에 버틸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결국 선택지는 명확했습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바꿀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무너질 것인가.’ 저는 국산화를 선택했습니다. 전사에 위기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공감대를 만든 뒤 본사의 지원을 기반으로 현지 공급망을 구축했습니다. 그 결과 국산화율 90% 달성과 함께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HL만도가 추구한 현지 중심 전략을 결과로 증명해낸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Q2. 유럽 시장의 원가 경쟁력 위기는 어떻게 돌파하셨나요?

유럽 부임 당시, 원가 상승으로 고객들이 우리를 외면하며 후속 차종 수주도 실패하던 시기였습니다. 위기 타개를 위해 우리가 집중해야 할 본질은 분명했습니다. 다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었죠. 가장 어려운 과제는 인건비였습니다.

저는 투명하게 공유하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 왜 지금의 고통 분담이 필요한지, 그리고 이 산을 넘었을 때 어떤 미래가 가능한지를 숨김없이 소통했습니다. 리더가 먼저 진정성을 보이고 생존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자, 폴란드 법인 직원들도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결단에 기꺼이 동참해 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유럽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비용 절감 그 이상이었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이 같은 방향을 보게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경쟁력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SECTION 2. Business Excellence : 실체로 증명하는 경쟁력

Q3. SDV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서스펜션이 여전히 차량의 본질적인 성능을 좌우한다고 보십니까?

SDV 시대라고 해서 차량의 기본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자동차는 결국 ‘잘 달리고, 잘 서고, 편안해야’ 하니까요. 저는 서스펜션을 종종 축구의 ‘수비형 미드필더’에 비유합니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포지션이죠. 다른 화려한 기능들이 마음껏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묵묵히 중심을 잡아주는 것, 그것이 서스펜션의 본질입니다.

결국 이 핵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부분은 ‘기본 성능이 뛰어난 하드웨어’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소프트웨어라도 물리적 성능이라는 바탕이 확보되지 않으면 그 한계를 넘어서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HL만도는 독보적인 댐퍼와 밸브 기술이라는 탄탄한 하드웨어 경쟁력 위에, 지능형 전자제어 솔루션을 결합하는 ‘기본 위의 진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4. 말씀하신 것처럼 하드웨어가 든든한 ‘근간’이라면, 그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소프트웨어의 역량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서스펜션은 본질적으로 물리적인 한계를 가진 부품입니다. 특정 노면에 맞춰 하드웨어를 최적화하면, 다른 조건에서는 성능이 편향될 수밖에 없죠. 매끈한 도로에 맞추면 거친 노면에서 불편해지는 식입니다.

이런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주행의 스팩트럼’을 넓혀주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 제어입니다. 노면 상태와 주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감쇠력을 즉각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어떤 도로에서도 일관된 승차감을 구현하는 것이죠.

여기서 핵심은 단순히 제어를 ‘넣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와 얼마나 정교하게 결합시키느냐에 있습니다. 기본 성능이 탄탄한 서스펜션 위에 상황별 제어 로직을 얹어야만 실제 체감 품질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이 기술적 결합을 통해 고객이 어떤 길을 달리더라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SECTION 3. Leadership & People : 30년 만도맨의 리더십

Q5. 부사장님의 통찰이 시작된 ‘인도’가 궁금합니다. 정보도 많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낯설었던 인도 근무를 결심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당시 인도는 누구나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지역이었습니다. 저에게 기회가 왔을 때 저는 딱 하루 고민하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때의 과감한 선택이 제 커리어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제 커리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야전사령관’입니다. 당시 과장급이었지만 인도 현지에서는 연구소장과 법인장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했습니다. 조직 규모는 작았을지 몰라도, 사업과 조직 전체를 책임지는 경험을 일찍 하게 된 것이 저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배운 리더십은 제도나 지시보다 ‘관계 형성’에 가까웠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행사를 준비하고 현지 언어로 인사를 건네는 등 일상적인 접점을 늘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7년간의 델리 생활 후 첸나이로 부임지를 이동한 후에는 현지 오퍼레이팅 엔지니어들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열정과 책임감 또한 저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직원들과의 일상 생활 소통에서 쌓인 신뢰 덕분에 위기 상황에서도 리더가 조직을 믿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게 된 것, 조직이 리더를 믿고 같은 방향을 보게 된 것, 그것이 제가 현장에서 배운 ‘야전사령관’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Q6. 현장에서의 신뢰를 바탕으로 30년을 달려오셨습니다. 이토록 긴 시간 한 분야에 몰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를 계속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내 일이 어디에 기여하고 있는지 아는 것’입니다. 거창한 목표를 쫓기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는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사실 입사 초기에는 누구나 그렇듯 회의 자료를 복사하고 준비하는 아주 사소한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작은 일 하나하나가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움직이는 데에도 분명히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눈에 띄지 않는 일이라도 결국은 더 나은 제품과 산업으로 이어진다는 점에 의미를 두기 시작하자, 일에 대한 태도와 기준도 완전히 달라졌고요.

결국 그런 작은 확신들이 30년 동안 겹겹이 쌓여 지금의 저를 만든 게 아닐까요?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기여하고 있다는 그 믿음이 저를 현장에서 계속 뛰게 합니다.

 

오세준 부사장의 30년 궤적에는 거창한 전략보다 몇 가지 분명하고도 단단한 원칙이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답을 찾고, 진심으로 조직을 하나로 묶으며, 기술의 본질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

사소한 업무에서 의미를 발견했던 그의 태도는, 위기 때마다 주저 없이 현장으로 뛰어들게 한 ‘야전사령관’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가 현장에서 증명해온 이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선택들이, 오늘날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HL만도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