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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ineer's Note

[오토차이나2026 참관기] 20년의 시간을 넘어 마주한 모빌리티의 새로운 질서

Author’s Note

20년 전 여름, 군 제대 기념으로 찾았던 북경은 거대하지만 투박했습니다.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무릎까지 빗물이 차올랐던 칭화대 인근 거리, 그 차오른 물의 높이만큼이나 서울과의 격차가 선명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20년 만에 다시 찾은 북경은 더 이상 누군가를 뒤따르는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이번 Auto China 2026에서 마주한 것은 단순한 자동차 산업의 성장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거대한 ‘에너지’ 그 자체였습니다. 이 글은 20년의 시간을 넘어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 해당 게시물은 개인의 주관적 견해이며, HL그룹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북경 착륙 전 비행기에서 촬영한 사진

자율주행의 도시 : 미래는 이미 일상이 되어 있었다

일반 관람객의 Auto China 2026 입장은 일요일부터였지만, 이번 출장에서는 꼭 로보택시(Robotaxi)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토요일 아침 일찍 북경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도시들도 비슷하겠지만, 현지인이 아닌 외국인이 중국에서 로보택시를 이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현대자동차 중국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위라이드(WeRide)와 포니에이아이(Pony.ai) 차량을 직접 시승할 수 있었습니다.

북경의 전역에서 로보택시가 운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로 북경 남동부에 위치한 이좡(亦庄, Yizhuang) 경제기술개발구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었는데요, 우리나라의 판교를 떠올리게 하는 이곳은 BYD를 비롯해 위라이드, 포니에이아이 등 자율주행 선도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입니다.

이좡 경제기술개발부 (지도: 구글맵)

이좡에 진입하면서부터 길거리에서 로보택시를 쉽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라이다(LiDAR)를 포함하여 다양한 센서를 장착한 차량들이 마치 일반 승용차처럼 자연스럽게 길거리를 누비고 있었죠. 승객은 앱을 통해 직접 로보택시를 호출하고 이용한 후 요금을 지불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안전요원은 없습니다. 차량은 승객이 호출한 지역의 GPS를 감지하여 승객의 바로 앞까지 와서 정착한 후, 승객을 태우고 곧장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위라이드의 로보택시는 최근 중국 자율주행 업계의 흐름에 맞춰 E2E(End-to-End) 기반 Planning Architecture*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형태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다만 실제 서비스 운영 구조 전체는 여전히 HD Map, 다중 센서, 원격 관제 등을 결합한 현실적인 Hybrid 구조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 E2E(End-to-End) 기반 Planning Architecture: 차량의 인지·판단·제어를 개별 기능으로 분리하지 않고, AI 모델이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체 주행 흐름을 통합 학습하는 구조

WeRide Robotaxi

위라이드의 로보택시가 다인 승객을 고려한 미래형 밴에 가까운 느낌이었다면, 포니에이아이의 차량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택시의 형태와 훨씬 유사했습니다. 일반 승용차 기반의 차체와 자연스러운 승하차 경험 덕분에, 기술을 체험한다기보다는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주행 성능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복잡한 교차로나 합류 구간에서도 차량은 과도하게 조심스럽거나 기계적으로 움직이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숙련된 운전자와 유사한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주행했습니다. 특히 주변 차량과의 간격 조절이나 차선 변경 과정에서는 단순히 “주행이 가능하다”를 넘어, 실제 도심 환경 속에서 서비스 운영 경험이 상당 수준 축적되고 있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Pony.AI Robotaxi

이용을 마친 뒤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로보택시는 상용화까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기술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적어도 북경의 일부 지역에서는 그것이 더 이상 먼 가능성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이벤트도, 제한된 시연도 아닌 일상의 교통수단처럼 로보택시가 도로 위를 자연스럽게 주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막연히 상상해왔던 미래의 모습은 이미 북경의 거리 위에서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L2+ or Urban NOA : 기술 대중화가 불러올 시장의 판도 변화

사실 L4 자율주행은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북경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이날의 마지막 일정은 화웨이(Huawei)의 스마트카 연맹인 HIMA* AITO 차량을 탑승하는 것이었습니다. 솔라나(SOLANA) 쇼핑센터 인근의 혼잡한 도로 환경에서 경험한 Urban NOA*성능은 기대 이상으로 정교했습니다.

*HIMA: Harmony Intelligent Mobility Alliance, 화웨이가 주도하는 스마트카 시스템 제공 및 판매 연합체
*Urban NOA (Navigate on Autopilot) :  도심 내비게이션 기반 자율주행

왼쪽 위부터 SOLANA 쇼핑센터 / HUAWEI 매장 / HIMA (AITO) Urban NOA (아래)

테슬라 FSD*를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해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만약 이 정도 수준의 자율주행 성능을 테슬라 FSD의 20~30% 수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시장의 판도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전시장에 가보지도 전이었지만, 무언가 북경에 온 목적을 거의 다 이룬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FSD* Full Self-Driving

Auto China 2026 : 대륙의 스케일, 산업 생태계의 압축판

일요일부터 시작된 본 전시장 참관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약 38만㎡ 규모의 전시장에 21개 국가, 1,000여 개 기업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체감상 서울 모빌리티쇼의 최소 10배 이상 규모였습니다. 하루 만에 모든 곳을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전시장 안을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체력이 필요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자동차 전시회라기보다는 반도체, AI, 배터리, 센서, 로보택시, 드론, 로봇 기업들까지 한 공간에 모여 중국이 그리고 있는 미래 산업 생태계를 압축해놓은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특히 올해는 총 1,451대의 차량과 181종의 월드 프리미어 모델이 공개되며 중국 자동차 산업의 빠른 변화 속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Trend Summary : 추격을 넘어 새로운 질서를 만들다

제가 생각하는 이번 Auto China 2026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중국 자동차 산업이 이제 단순한 기술 추격 단계를 넘어, 새로운 경쟁 질서를 스스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과거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브랜드, 품질, 헤리티지 중심이었다면 이제 중국 OEM들은 NOA, AI, SDV와 같은 ‘경험 가치’를 중심으로 경쟁 구조를 빠르게 전환하고 있었습니다. 디자인, 인테리어, 음성 AI, UX 등 차량 전 영역의 상향 평준화가 진행되면서 단순한 상품성만으로는 차별화를 만들기 어려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자율주행 영역에서는 모멘타(Momenta)와 화웨이 같은 Tier-0.5 업체들이 OEM의 센서 구조와 SW 방향성까지 주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는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이 단순 부품 경쟁이 아니라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통합(Software Integration)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중국 자동차 산업은 ‘빠른 추격자’의 단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의 생존자를 가려내는 새로운 경쟁 단계로 진입하고 있었습니다.

자동차 경쟁 구조의 전환 : Heritage 중심에서 Autonomy 경험 중심으로

HIMA vs Volvo

Auto China 2026 전시장에서는 글로벌 레거시(Legacy) OEM과 중국 OEM 간 차량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벤츠, 볼보 등 전통의 강자들은 여전히 브랜드의 역사와 안전, 제조 신뢰성을 강조하며 Safety, Quality, Heritage 중심의 전통적인 경쟁 구조를 유지하려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적 자부심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영속성을 설명하는 방식이었죠.

(좌) 세계 최초의 전기차 (MB) / (우) Classic Car (Volvo)

반면 중국 OEM들은 차량의 전통적 브랜드 가치보다는 NOA 기능, AI 기반 인터랙션,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구조 등 미래 기술 경험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대다수 차량이 NOA 작동 상태를 터키석색 빛깔의 외부 조명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자율주행 기능이 단순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하는 ‘안전 보조’ 수준을 넘어, 차량의 기술 수준과 브랜드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핵심 디자인 요소로 활용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좌) HIMA (Stelato) / (우) Denza D9

이제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조는 브랜드 신뢰 기반에서 ‘자율주행 중심의 경험 경쟁’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향후 차량의 경쟁력은 하드웨어의 완성도를 넘어, 자율주행 구현 수준과 소프트웨어 기반의 사용자 경험이 얼마나 고도화되었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향후 우리와 같은 Tier-1 업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도 거대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상향 평준화의 시대 : 엠블럼을 가리면 구분할 수 없는 프리미엄

전시회를 함께 동행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피로감을 호소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주요 업체들이 이미 유사한 수준의 완성도를 확보하면서 브랜드 간 차별성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부스를 방문하더라도 디스플레이 기반 인테리어, 음성 AI 인터페이스, 고급 소재 적용, NOA 기능 탑재 등 유사한 구성 요소가 반복되었고, 앰블럼과 차량명을 제거할 경우 제조사를 직관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디자인이 닮아 있었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Xiaomi SU7, NIO ET7, Avart 12, Zeekr 007 이미지 출처: 각 사

이러한 현상은 중국 OEM 전반의 역량이 상향 평준화되었음을 뜻하며, 동시에 레거시 OEM의 프리미엄 전략이 구조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과거 벤츠(헤리티지), 볼보(안전), 토요타(품질)처럼 명확했던 차별화 축이 희미해지는 환경에서, 이제 자율주행 역시 ‘보유하지 않으면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운 필수 역량’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율주행 기능이 터키석색 조명처럼 시각적 요소와 연동되며 차량의 핵심 페르소나가 된 만큼, OEM들은 이 기능을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탑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Denza Z9 GTD의 Side Mirror
중국의 매월 출시되는 NOA (Urban) 채택률(%) ’25 년 12월 할인 판매 증가로 ’26년1월 NOA (Urban) 채택률 감소 ❘ 출처: shujubang.com

Tier-0.5 중심의 경쟁 구조 : 플랫폼이 주도하는 자율주행

중국 자율주행 시장에서는 모멘타(Momenta), 화웨이(Huawei)와 같은 'Tier-0.5' 플레이어 중심의 경쟁 구조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 영향력은 모멘타가 약 70%, 화웨이가 약 20%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며, 나머지 10% 내외를 니오(Nio), 리오토(Li Auto), 샤오펑(Xpeng) 등 주요 OEM의 자체 개발 역량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과거 글로벌 시장에서는 보쉬(Bosch), 컨티넨탈(Continental)등 전통적인 Tier-1업체들이 센서와 제어기 중심의 ADAS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반면 중국 시장은 초기 모빌아이(Mobileye)중심 구조를 지나, 비교적 빠른 시점부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 중심 경쟁 구조가 안착되었습니다. 이는 자율주행 기능 구현의 무게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구조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특히 모멘타와 화웨이는 단순한 알고리즘 공급업체가 아닙니다. 이들은 Perception & Planning 기반의 자율주행 SW 제공, OTA를 통한 기능 고도화 지원, OEM 내재화가 가능한 SW 아키텍처 제공, 그리고 센서 구성 및 시스템 구조 설계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 확보 등을 통해 차량 자율주행 구현의 핵심 구조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Momenta와 협력하고 있는 주요 고객사
Momenta의 Vision

이러한 환경에서는 자율주행 성능의 경쟁력이 센서 단품의 스펙보다, 자율주행 SW 플랫폼과 차량 구조 간의 ‘정합성’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이에 따라 센서 선정 역시 플랫폼과의 호환성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 되는 구조가 형성될 것입니다. 실제 현장 미팅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모멘타는 고객사가 원하는 대부분의 센서 구성에 대응 가능한 유연한 구조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화웨이는 카메라와 라이다 등 주요 센서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며 HW-SW 통합 기반의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고 있었습니다.

* LiDAR와 Camera가 결합한 센서인 Limera 개발

결국 자율주행 경쟁의 중심은 기능 단위에서 ‘플랫폼 단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향후 자율주행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단품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이러한 거대 자율주행 SW 플랫폼과의 호환성을 얼마나 선제적으로 확보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센서의 진화와 새로운 부품의 등장 : Sensing Architecture로의 전환

이번 Auto China 2026에서는 센서의 역할과 포지셔닝 역시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라이다(LiDAR)의 경우, 과거에는 고도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순수 기술 센서로만 인식되었으나, 최근 일부 프리미엄 차량에서는 자율주행 성능뿐 아니라 차량의 첨단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디자인 요소’로 적극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실제 전시장에서는 NOA 작동 시 터기석 색상의 조명과 연동되는 LiDAR 및 외부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Nio의 ET9. 왼쪽과 오른쪽의 붉은색 원은 LiDAR와 Camera가 결합된 Sensor, 가운데 초록색 원은 LiDAR
Nio의 Watched Owl (LiDAR + Camera)
 
또한 일부 OEM에서는 카메라와 라이다를 통합한 센싱 구조, 또는 자율주행 SW 플랫폼과 결합된 니오(Nio)의 아퀼라(Aquila)와 같은 'Sensing Package' 형태가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센서 단품 중심의 공급 구조에서 'Sensing Architecture' 중심의 공급 구조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례입니다.
Nio Aquilla Sensing Package 기본 구조
Nio Aquila Side Sensing Module

특히 화웨이(Huawei)는 카메라와 라이다를 중심으로 HW-SW 통합 기반 센싱 아키텍처를 구축하고 있었고, 모멘타(Momenta) 역시 다양한 센서 구성에 대응 가능한 구조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향후 일부 OEM에서 센서 선정 과정 자체가 자율주행 SW 플랫폼 구조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합니다.

Dreamer X8에 장착된 A-pillar Corner Camera 고속 / 도시 NOA용 Lateral-front perception camera, 교차로 진입 시 좌우 차량 인식과 Cut-in 차량 조기 감지

구체적인 하드웨어의 변화도 눈에 띄었습니다. 전시된 대부분의 중국 OEM 차량에서 A-필러(A-pillar) 인근에 배치된 코너 카메라(Corner Camera)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센서는 기존 후측방 감지용 센서와 달리 교차로 진입, 비보호 좌회전, 합류 구간 등 복잡한 도심 상황에서 차량 측면 전방 영역의 인식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이제 도시 NOA 구현을 위한 핵심 인지(Perception)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 고사양 모델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이 구성이 다양한 차급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중국 자율주행의 주 무대가 고속도로에서 도심으로 완전히 전환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전시장에서는 기존 ADAS 도메인 컨트롤러와는 다른 개념인 ‘AI BOX’ 형태의 신규 컴퓨팅 모듈도 다수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장치는 콕핏, 음성 AI, 드라이버 모니터링 기능 등을 통합하여 차량 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며, 차량 구조가 기존 기능 중심 ECU에서 AI 중심 통합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특히 동풍(Dongfeng)자동차는 센서 데이터를 통합하여 HPC로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ODN 제어기'를 별도로 전시했습니다. 이는 기존 ZCU(구역 제어기)가 수행하던 데이터 집선 기능을 분리하여 처리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중앙집중형 아키텍처 흐름 속에서도 ZCU와 HPC의 연산 및 통신 부담을 효과적으로 분산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로 판단됩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중국 OEM들이 차량 전자 아키텍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구조적 실험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센서 경쟁 역시 단품 성능보다는 전체 아키텍처 내에서의 역할 정의가 더욱 중요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Dongfeng 의 Tianyuan Architecture(天元架 构 )  차량 E/E 아키텍처

새로운 생태계의 형성 : Chinese Tier-1과 Chip Player의 전략적 결속

이번 전시에서는 중국 자동차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전장 및 반도체 업체 간의 협업 구조가 얼마나 공고해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반도체 칩 플레이어들은 여러 Tier-1 및 OEM과의 파트너십 사례를 전면에 내세우며 생태계 내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었고, Tier-1 업체들 역시 자사가 어떤 반도체 솔루션을 채택했는지를 홍보의 핵심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Horizon Robotics 의 Tier-1, OEM 협업 사례

대표적으로 호라이즌 로보틱스(Horizon Robotics) 부스에서는 다양한 Tier-1 및 OEM과의 협업 성공 사례가 강조되고 있었는데요, 이는 최근 중국 자동차 산업에서 반도체 업체 단독의 성능 경쟁을 넘어 Tier-1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 중심 경쟁 구조’로 진화했음을 보여줍니다.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 Tier-1과의 결속은 시장 침투를 위한 결정적 경쟁 요소이며, 이는 향후 당사의 사업 확장 및 글로벌 협업 전략 수립 시 반드시 예의주시하고 검토해야 할 영역입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 단계 변화 : 선도 업체 중심의 재편과 글로벌 확장 기반 형성

전시장에서 만난 글로벌 컨설팅 및 리서치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종합해 보면, 중국 자동차 산업은 이제 기술 확산기를 지나 경쟁 구조가 재편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과거에는 개별 OEM 간 기술 수준 차이가 선명했다면, 최근에는 NOA, AI 사용자 경험, SDV 아키텍처 등 핵심 영역에서 주요 업체 간 기능 수준이 빠르게 수렴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중국 시장이 단순 성장을 넘어 향후 시장을 주도할 선도 업체를 가려내는 이른바 'Winner Selection Phase'에 들어섰음을 시사합니다.

저는 전문가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중국 업체의 빠른 속도와 낮은 비용, 높은 기술 완성도의 핵심 원천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점은 언제인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중국의 경쟁력이 단순히 '007(0시 출근, 0시 퇴근, 주 7일 근무)'로 대표되는 고강도 노동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보다는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AI 기반 설계 활용, 초기 플랫폼 단계부터 기능 확장성을 고려하는 구조적 설계 접근, 그리고 대규모 자본 투자를 통한 빠른 기술 내재화 등 복합적인 '구조적 경쟁력'이 핵심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또한, 중국 OEM과 Tier-1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분기점은 대체로 2030년 전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물론 브랜드 신뢰도나 규제 대응이라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이들의 제품 개발 방식과 플랫폼 전략은 이미 글로벌 표준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Outro : 빗물이 걷힌 자리에 남은 질문

북경으로 출발할 때의 들뜬 기분과는 달리, 참관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것은 단순히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자동차 산업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기업이 다음 시대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왔던 자동차 산업의 경쟁 방식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분명히 느낀 것도 있습니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 변화의 방향을 얼마나 빠르게 읽고, 이를 실행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위기인 동시에, 제대로 준비한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산업의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는 시기에는 기존의 강자와 신생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이번 Auto China 2026은 단순한 전시회 참관을 넘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영역에서 경쟁력을 만들어가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미래의 경쟁력은 변화 자체보다, 그 변화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꾸준히 실행할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그리고 변화의 본질을 냉정하게 읽고, 자신만의 경쟁력을 차근차근 준비한 기업에게는 앞으로도 분명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 역시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각자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미래의 Pathfinder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