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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The Navigator : HL의 시선] EP.05 격변하는 모빌리티 산업 속에서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다

불황기에 CFO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비용을 통제하는 것과 미래에 베팅하는 것은 결국 상충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같은 테이블 위에 놓인 엄중한 선택입니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 기업의 재무 책임자는 단순한 비용 관리자를 넘어, 거시 환경의 파도를 뚫고 성장의 뼈대를 세우는 ‘재무 아키텍트(Financial Architect)’가 되어야 합니다.

저성장 기조, 단가 인하 압박, 글로벌 공급망 재편, 그리고 거대한 기술 전환기. 이 거센 파도 한가운데서 HL만도의 자원을 어디에 배분하고 무엇을 지켜낼 것인지, 이철 CFO를 만나 그 냉철한 방향과 논리를 물었습니다.

SECTION 1. 거시 환경의 파도와 재무 철학

Q1. 가혹한 거시 환경 속, HL만도의 수익성을 방어하는 '재무적 회복탄력성(Resilience)'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가혹한 환경일수록 가장 본질적인 지표에 집중해야 하죠. 그 핵심은 바로 ‘경제적 부가가치 (EVA*)’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이미 투자를 마쳐 구축해 둔 인프라 규모나, 제품이 수명 주기(Product Life Cycle)상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그리고 각 지역의 경쟁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제품별 수익성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특정한 수익 목표를 모든 제품과 지역에 일괄적으로 강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때 최소한의 재무 허들 레이트(Hurdle Rate)를 두되,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달성할 수 있도록 투하자본수익률(ROIC)을 회사의 가중평균 자본비용(WACC)보다 상향하는 수준으로 맞추려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발부터 양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엄격한 관리 프로세스를 가동해 수익성을 탄탄하게 지켜내고 있죠.

*EVA (Economic Value Added):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한 금액으로, 기업이 투자된 자본을 이용해 '실질적으로' 얼마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는지 보여주는 핵심 지표.

Q2. 투하자본수익률(ROIC)이나 허들 레이트 같은 명확한 원칙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데이터와 압박 속에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부사장님께서 결코 타협하지 않는 ‘단 하나의 원칙’은 무엇입니까?

수주나 투자를 결정할 때 기본적인 수익성 기준(Hurdle Rate)을 반드시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제1원칙입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치열한 수주 경쟁 탓에 이 원칙만 고집할 수 없을 때가 많죠. 그럴 때는 ‘만약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수주하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기회비용이 얼마인가’까지 입체적으로 따져보고 최종 결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SECTION 2. 자본의 딜레마와 원가 혁신

Q3. 기본적인 수익성을 엄수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려면, 결국 단기 수익성 확보와 미래를 위한 선제적 투자 사이의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부사장님만의 자본 배분(Capital Allocation) 기준은 어떻게 잡고 계신가요?

회사가 당면한 단기 수익성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CFO로서 마땅히 해내야 할 과제입니다. 하지만 이를 핑계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소홀히 하는 건 경영진의 대표적인 ‘대리인 문제(Agent Problem)’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대의 핵심 제품인 By-wire 섀시 (기계적 연결 대신 전기 신호로 제어하는 차세대 부품)와 2030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자 로봇 액추에이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기존 사업에서 철저하게 운영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하죠. 기존 사업에서 창출한 자본을 미래 기술(By-wire 및 액추에이터)에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Virtuous Cycle)’을 그리는 겁니다.

자본을 배분할 때는 크게 세 가지, 즉 ①중장기 손익 목표, ②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고려한 ROIC 목표, ③중장기 신용등급 한 단계 상향이라는 목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장단기 투자의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Q4. 미래 투자를 위한 자본을 창출하려면 결국 말씀하신 ‘기존 사업의 운영 효율성’이 전제되어야 할 텐데요, 설계 단계부터 재무 시각을 결합하는 '원가 체질 개선(Design to Cost)' 관점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가요?

기술과 원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제품군 특성에 맞춰 전략을 이원화하는 편입니다. 이미 시장에 안착한 기존 양산(Conventional) 제품군은 설계(Design)가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다 보니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매우 매섭거든요. 이러한 물리적 한계에 대응하기 위해 SCM(공급망 관리)을 강화하여 글로벌 공급망을 최적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생산 가동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라인 통합이나 물량 배분 등 다양한 개선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죠.

반면, 신제품을 개발할 때는 기술 로드맵(Product Roadmap, PRM)을 짤 때부터 아예 ‘원가 로드맵(Cost Roadmap, CRM)을 동시에 가동하고 있습니다. 즉, 설계 초기 단계부터 수익성 확보라는 목표를 단단히 결합해 두는 구조입니다.

Section 3. 시스템 고도화와 글로벌 확장

Q5. 앞서 말씀하신 원가 경쟁력 고도화의 연장선에서, 최근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AI 기반 R&D·공정 혁신도 궁금합니다. 이것이 실제 영업이익률 방어나 현금흐름 개선 같은 재무 성과로 어떻게 이어지고 있나요?

기업이 AI를 도입할 때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 매출 덩치를 키우는 ‘외형 성장(Top-line growth)’, 그리고 생산성을 높여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생산성 향상(Bottom-line improvement)’이죠. B2B 사업이 주력인 당사는 명확하게 후자, 즉 ‘생산성 향상을 통한 순이익 개선’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임직원들의 AI 활용 교육부터 꾸준히 늘려가는 중입니다. R&D 파트에서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분석하거나 시험 검증 환경을 구축하는 데 AI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죠. 나아가 회사의 뼈대가 되는 기간 시스템(PLM, SAP, MES 등)에 AI Agent를 연계하는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CFO 입장에서는 AI 추진 조직에 명확한 투하자본수익률(ROI)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AI 환경을 구축하려면 데이터 관리 체계나 보안 인프라 등에 굵직한 선행 투자가 필수적이거든요. 당장 눈앞의 숫자를 뽑아내려 조급해하기보다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명확한 지향점을 두고 뚝심 있게 전사적 효율화를 이끌어낼 계획입니다.

Q6. 이러한 원가 혁신과 시스템 체질 개선이 글로벌 전역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현지 거점 역할도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HL만도의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전략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습니까?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제는 본사(HQ) 중심의 중앙집중화(Centralization)관리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고 있습니다. 현지 법인이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분산화(Decentralization) 체계로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중이죠.

역할 분담도 명확해졌습니다. 본사와 각 거점 연구소가 고도화된 마스터 제품군(Advanced/Master)의 뼈대를 탄탄하게 잡아주면, 지역 법인은 현지 특색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영업과 수주까지 주도하도록 권한을 열어주었습니다. 필요시 본사의 전문가를 직접 파견해 현지의 내부 역량을 함께 끌어올리기도 하고요.

다만, 권한을 위임하는 만큼 밸런스를 잡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기존의 기본적인 ‘재무보고 내부통제(ICFR)’에 더해, ‘내부운영통제ICOO)’ 체계까지 새롭게 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지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글로벌 차원의 끈끈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주요 업무의 표준화를 촘촘하게 다져나가고 있습니다.

 

SECTION 4. 조직의 룰과 미래 청사진

Q7. 현장의 자율성 부여나 고도화된 시스템 도입도 결국 이를 실행하는 ‘사람’의 인식이 바뀌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부터 영업 현장까지 전 임직원이 '가치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이끄는 부사장님만의 소통 전략이 궁금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본질적인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 우리가 가진 신념이 아무리 확고해도 그 출발점이 고객이 아니라면 결국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기 쉽거든요. 그래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꿰뚫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부서 간의 의견을 치열하게 조율해 나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과정에서 객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 가급적 명확한 데이터와 수치로 소통하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또한 정기적인 임원 워크숍을 통해 우리가 가야 할 전략적 방향성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전사의 눈높이(Alignment)를 맞추는 작업을 끈질기게 이어가고 있죠.

 

Q8. 이러한 노력 끝에 도달할 곳이 무척 궁금해집니다. 혹독한 시장 재편기가 지나고 모빌리티 생태계의 승자와 패자가 갈릴 5년 후, '재무 아키텍트'로서 완성하고 싶은 HL만도의 청사진은 어떤 모습입니까?

지난 ‘25년 12월 투자자를 대상으로 연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에서 우리의 뚜렷한 미래 청사진을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기존 섀시 (Chassis) 및 ADAS 사업을 탄탄히 다지는 동시에, 차세대 제품군인 Steer-by-Wire (SbW), Electro Mechanical Brake (EMB), HPC/SaaP를 통해 2030년 매출 14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기에 현재 추진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화가 궤도에 오르면 새로운 추가 매출도 창출되겠죠. 이를 바탕으로 영업이익율은 6% + α, 그리고 신용등급은 현재 AA-에서 AA Level로 상향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제가 경영진과 함께 뚝심 있게 그려가고 있는 HL만도의 궁극적인 엔드게임입니다.  

 

CFO의 언어는 숫자지만, 그 숫자 뒤에는 명확한 ‘방향’이 있습니다. EVA, ROIC, 신용등급. 이 지표들은 단순한 관리 도구가 아니라, HL만도가 어디로 가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정확한 나침반입니다.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단단히 지키고, 그 위에서 미래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 이것이 HL만도가 그리는 성장의 설계도입니다. HL만도는 더 단단하게, 더 멀리 가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내일을 설계하고 있습니다.